수필 336

현대인의 사랑받는 노자 영감님/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흙내 봄에는 흙도 달더라얼마나 뜨거운 가슴이기에 그토록 고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는가 영혼 깊숙이 겨울을 울어-- 울어--- 아픈 가슴 사랑의 불 지피더니 죽었던 겨울 나무 가지마다 살아있는 생명의 함성 잠자는 내 영혼 흔들어 깨우네 한줌의 흙 수 많은 생명의 넋이 숨어 살고 너와 나의 하나의 목숨이더니 죽어도 다시 사는 영혼의 화신 목숨 또한 사랑이더라 흙내 내 어머니의 젖무덤 그 사랑의 젖줄 물꼬 나 이봄 다시 태어나리 꽃으로 ---- 바람으로 --- 사랑으로 --- [1999년에 쓴 시 '흙내' 김경자] 이태백의 시를 읽으며 시의 고전 속으로 들어 가 옛 시인들의 ‘세상을 등져 세상을 사랑하다’ 속에 내 마음 묻는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 소동파의 적벽부에 “저 강상의 맑은 바람, 밝은 달이여/ 귀로..

수필 2022.08.03

괜찮아/장영희

장영희(張英嬉)(1952-2009) 초등학교 때 우리 집은 제기동에 있는 작은 한옥이었다. 골목 안에는 고만고만한 한옥 네 채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한집에 아이가 네댓은 되었으므로, 그 골목길만 초등학교 아이들이 줄잡아 열 명이 넘었다. 학교가 파할 때쯤 되면 골목 안은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어머니는 내가 집에서 책만 읽는 것을 싫어하셨다. 그래서 방과 후 골목길에 아이들이 모일 때쯤이면 어머니는 대문 앞 계단에 작은 방석을 깔고 나를 거기에 앉혀 주셨다. 아이들이 노는 것을 구경이라도 하라는 뜻이었다. 딱히 놀이 기구가 없던 그때, 친구들은 대부분 술래잡기, 사방치기, 공기놀이, 고무줄넘기 등을 하고 놀았지만, 다리가 불편한 나는 공기놀이 외에는 어떤 놀이에도 참여할..

수필 2022.07.13

“K 목사의 꿈”/박찬효

박찬효(약물학박사, MD) 크리스천 작가이며 모티베이터인 지그 지글러( Zig Zigler)는 “모든 뛰어난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절대적인 사명감을 가졌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주위에서 선한 사명감을 위해 삶을 송두리째 투자하는 분들을 대하면, 이러한 분들이야말로 진정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을 산다는 생각에 도전을 받게 된다. 인생길은 결과보다도 그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혹시 여러 요인으로 그 목표를 성취하지 못했더라도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그 자체가 아름답고 귀하게 느껴진다. 본인과 30년 가까이 교제해 오는 밀알 사역(장애인 선교) 단체의 K 목사 부부는 이러한 삶을 사는 분들 중의 하나이다. 밀알 사역은 요한복음 12:24 말씀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수필 2022.06.28

감사와 행복/장인선 수필가

모든 사람들이 나를 향해 돌을 던진다고 해도 나는 자신 있게 그리고 분명히 “나는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았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다른 병에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다가 상대방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면 색안경을 끼고 본다. 그래도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열린 마음으로 대한다. 사실 내가 처음 아팠을 때는 벌써 사십 년 전이다. 아마 그래서 내가 그 병으로 아픈 것에 대해 항상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니는 기분일 것이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고혈압이나 당뇨같이 꾸준히 전문적인 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면 잘 살아 갈 수 있다. 문제는 환자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가 하는 사실을 잊고 산다는 점이다. 어쩌면 우리 정신과 환우들이 오히려 세상의 편견을 만드는 원인 제..

수필 2022.06.14

안개 속에 숨다/류시화(시와 같은 수필)

안개 속에 숨다/류시화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 감을 두려워한다 안개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 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

수필 2022.06.05

언제 노인이 되는가/성낙향

버스를 타면 유난히 자리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개 예순 전후, 초로의 여자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버스에 올라 요금을 결제하면서도 시선은 어딘가에 있을 빈자리를 찾아 바쁘게 움직인다. 운이 안 좋아 서서 갈 경우에는 누군가 좌석에서 일어서는 기척을 느낄 때마다 고개를 돌려 끈끈이 파리 덫 같은 눈빛으로 그쪽을 바라본다. 이번에 빌 좌석이 여자로부터 너덧 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다고 해도, 그리고 그 좌석 앞에 서서 오랫동안 버스를 타고 온 사람이 있다 해도, 그것이 그 여자의 욕망을 저지하지 못한다. 좌석 앞에 서 있는 사람이 학생이거나, 젊은 승객이라면 그가 아무리 착석의 우선권을 가졌더라도 그 권리 또한 고려되지 못한다. ​ 여자는 재빨리 뛰어가 그 사람을 제치고 앉아..

수필 2022.05.28

김재연 수필 '4월이 오면' 외2편

▲ 김재연 약력: 재한동포문인협회 사무국장. 시/수필 수십 편 발표. '현대시선' 수필로 등단. 동포문학 수필부문 최우수상 등 수상 다수. 4월이 오면..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말을 누구나 한 범쯤 들었을 것이다. 영국의 시인 엘리엇의 시에 쓴 첫 구절이다. 시 전체의 내용은 그 시대 사회의 수많은 사람들의 정신적 황폐를 보여 주려고 한 것이었다. 중국에서 4자는 죽음과 발음이 같아서 전화번호도 가능한 4자를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 한국에도 역사적으로 4월에 아픈 사건들이 여러 번 일어났다. 4자는 사람들에게 그리 호감 가는 숫자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4월은 늘 나에게 특별함을 선물해 주었다. 겨울의 긴 추위를 지나 꽃샘추위와 함께 드디어 4월이 왔다. 온 들판이 자연의 조화로 연초록빛이 물드..

수필 2022.04.08

봄/윤오영

봄 / 윤오영 창에 드는 볕이 어느덧 봄이다. 봄은 맑고 고요한 것, 비원의 가을을 걸으며 낙엽을 쥐어본 것이 작년이란 말인가. 나는 툇마루에서 봄볕을 쪼이며 비원의 가을을 연상한다. 가을이 가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 가을 위에 겨울이 오고 또 봄이 온 것이다. 그러기에 지나간 가을은 해가 멀어갈수록 아득하게 호수처럼 깊어 있고, 오는 봄은 해가 거듭될수록 쌓이고 쌓여 더욱 부풀어가지 않는가? 나무는 해를 거듭하면 연륜이 하나씩 늘어간다. 그 연륜을 보면 지나간 봄과 가을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둘레에 남아 금을 긋고 있다. 가을과 봄은 가도 그들이 찍어 놓고 간 자취는 가시지 않고 기록되어 있다. 사람도 흰 터럭이 하나하나 늘어감에 따라 지나간 봄과 가을이 터럭에 쌓이고 쌓여 느낌이 커 간다. 꽃을 보..

수필 2022.03.26

믿음이란/작자 미상

믿음이란 믿음이란 시간에 대한 나의 생각이 주님 생각과 일치하지 않을 때에도 하나님이 시간의 주인이심을 인정하는 것. 믿음이란 내가 아무리 많이 하나님을 체험했다고 해도 그것이 매일 매일의 교제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면 영적 성장에는 한치의 도움도 안 됨을 아는 것. 믿음이란 내 방법을 끝까지 고집하기보다 나의 종 됨을 인정하는 것. 믿음이란 나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가 인간의 능력이 아닌 기적을 토대로 일어나며, 나의 선함이 아닌 그분의 약속에 기초하여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믿음이란 설명되지 않는 것들을 설명되지 않은 채로 받아들이며 사는 것. 믿음이란 불확실한 세상에 살면서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길을 걸으며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지라도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확신하는..

수필 2022.03.18

회개/심한나

내 주위에는 홀로 교회에 나오는 여성도들이 있다. 주일 예배는 물론 교회의 모든 집회와 매주 토요일이나 주일 오후에 모이는 소그룹 모임까지 열심히 참석하는 모습은 때로 도전이 되기도 한다. 혼자 신앙 생활을 하는 여성도들은 대체로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부부 모두 한국 사람인 경우와 외국인 남편과 함께 사는 경우이다. 불신자인 한국인 남편의 경우, 대개 한국의 토속 신앙 때문에 기독교를 멀리하고, 외국인 남편의 경우는 언어가 문제다. 그러나 외국인 남편들은 부인이 한국 교회를 나가기를 권장하는 편이다. 부인이 동족들과 어울려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남편은 미국인 교회에 나가고 부인은 한인 교회에 출석한다. 그런 불편을 해소하려고 한인 교회들은 통역 시스템을 갖추고 미국..

수필 2022.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