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회개/심한나

헤븐드림 2022. 2. 4. 02:03



내 주위에는 홀로 교회에 나오는 여성도들이 있다. 주일 예배는 물론 교회의 모든 집회와 매주 토요일이나 주일 오후에 모이는 소그룹 모임까지 열심히 참석하는 모습은 때로 도전이 되기도 한다. 혼자 신앙 생활을 하는 여성도들은 대체로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부부 모두 한국 사람인 경우와 외국인 남편과 함께 사는 경우이다. 불신자인 한국인 남편의 경우, 대개 한국의 토속 신앙 때문에 기독교를 멀리하고, 외국인 남편의 경우는 언어가 문제다. 그러나 외국인 남편들은 부인이 한국 교회를 나가기를 권장하는 편이다. 부인이 동족들과 어울려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남편은 미국인 교회에 나가고 부인은 한인 교회에 출석한다. 그런 불편을 해소하려고 한인 교회들은 통역 시스템을 갖추고 미국인들을 수용하려고 노력하지만 활성화되지 못하고 가끔 방문하는 분들이 헤드폰을 쓰고 설교를 듣는 모습을 보곤 한다.

내가 잘 아는 C집사님은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의 창립 교인으로 그 교회에만 출석하던 분이었다. 그녀의 남편은 유대인으로 유대교 회당에 가끔 나가지만, 골수 유대교인은 아닌 듯 자신은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너스레를 떨곤 했다. 일년에 세 번 정도 교회에 나오는데, 부활절과 추수감사절 그리고 성탄절 예배때였다. 교회의 장로님들과 성도님들이 정기적인 예배 참석을 권면하면, 그는 늘 빙그레 웃으며 아내가 열심히 참석하지 않느냐고 되묻곤 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C집사님의 옆자리는 늘 빈자리였고, 그녀의 남편은 주일이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서서히 잊혀져 갔다.

그러던 어느날, 새로 부임해 오신 목사님이 주일설교 중에 격앙된 목소리로 “여러분, 내가 싫으면 교회를 나가세요, 앞뒷문 다 열려 있어요.” 하고 역정을 내셨다. 그 이유는 그때도 몰랐고 지금도 잘 모른다. 그런데 C집사님이 그 설교를 들은 이후부터 마음이 편치 않았는지 교회를 떠났다. 찾아가서 달래 보고 저녁 식사에 초대도 해보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잘 되었다고 하면서 이번 기회에 남편과 함께 미국 교회에 나가야겠다고 말해서 우리는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사람의 생각으로 알 수 없었던 일을 이미 예비하신 하나님, 그는 택한 백성을 놓치지 않고 인도하시기 위해 그녀와 남편을 집에서 가까운 미국 교회로 인도하신 것이다.

교회에 출석하고 말씀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지만, 교회에서 눈에 보이는 강대상에는 눈으로 보이는 그 이상의 영적 의미가 부여된다.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이 선포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누구든 일단 강대상에 서면 개인적인 말이나 감정은 일체 금물이다. 만약 하나님 말씀이 아닌 자기 감정으로 설교를 한다면 하나님께서 잘못 가르친 그 책임을 반드시 말씀 전하는 자에게 물으실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평강과 자유함이어야 하는데, 간혹 잘못된 설교를 듣고 C집사님처럼 시험 받고 교회를 멀리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악을 선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은 C집사님과 가족들을 놓치지 않으셨다. “할렐루야”

L권사님의 남편 이 선생님도 일년에 세 번 정도 출석하는 교인이었다. 그는 늘 교회일에 극성인 부인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곤 했는데, 부인 집사님은 불신자인 남편 몰래 상당한 금액의 헌금을 드리곤 했다. 그랬으니 그 가정이 온전했을까? 가정의 평안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 여겨진다. 돌이켜 보면, 유대인 남편과 사는 C집사님이나, 헌금도 남편 몰래 하는 L집사님의 신앙생활을 바르게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할 교회가 그들에게 바른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은 교인 하나라도 떨어져 나갈까 두렵고 큰 물질의 헌신 앞에 할 말을 못해서였을 것이다. 위에 언급한 분들 외에도 많은 사람들과 교회들이 내 교회, 내 사람, 내 그룹으로 분당을 지으며 신앙생활이기보다 어떤 협회 회원과 같은 교회 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한국의 초대형 교회가 오늘날 가는 방향과 교회 분쟁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오늘 하나님 앞에 고백한다. C집사님이 비록 상처를 받고 난 후에야 제 갈 길을 가고 있지만 선하신 하나님의 인도에 순종해 온 가족이 하나님을 섬기는 모습을 보며 하나님의 간섭과 섭리를 생각해 본다. C집사님에게 가족들을 위해 미국인들이 다니는 교회를 권한 적이 없었음을 회개한다. 그리고 L집사님처럼 혼자 열심히 교회에 나오는 분들에게 지혜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권하고 도움을 주었어야 했다. 그렇게 하지 못했던 이유는 결국 내 교회가 부흥해야 한다는 이기심 때문이었다. 나는 오늘 교회의 리더로서 하나님의 나라를 범 우주적으로 보지 못하고 편협된 믿음의 안목으로 성도님들이 신앙생활을 통해 행복한 가정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들었던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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