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336

부활 단상

살며 생각하며봄은 좋은 계절이다. 겨울 내내 추위와 회색 빛으로 어둡던 대지에 새싹이 돋아나고 물오른 가지마다 연두빛 잎들이 새롭고, 각종 꽃이 현란함으로 피어오른다. 온 세상이 새롭게 생명의 정기를 내뿜는 봄은 부활의 계절이다.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하고 기뻐하는 부활절도 입춘 후 첫 번째 만월(Full Moon)이 지난 첫 번째 주일에 지킨다.기독교의 근본 정신이 십자가에서 결정적으로 보여 주신 하나님의 사랑이라면, 신자들의 믿음의 근거는 예수의 부활이라 하겠다. 신학자 Gerald O’ Collins는 “엄밀한 의미에서 부활 없는 기독교는 단지 미완의 기독교가 아니다. 그것은 기독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Lee Strobel의 『예수 사건』에서). 사도 바울도 “그리스도께서 만일 다시 살지 못하였다..

수필 2024.07.21

목회자 사모 신앙수필/뿌리 깊은 나무는 쉽게 쓰러지지 않습니다

4월에 내린 하얀 눈, 눈이 왔다는 말이 반갑기보다 문득 낯설어졌습니다. “야, 눈이다”가 아니라 “어머 또 왠 눈이지”하고 중얼거렸으니 말입니다. 그 눈은 봄을 재촉하는 꽃보다도 화려한 모습으로 사라졌습니다. 나무들은 맨 몸으로 추운 겨울을 어떻게 무사히 지난 것일까. 한 겨울 앙상한 가지를 보면 죽은 듯 보여도 봄이 되면 어김없이 파릇파릇한 잎을.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 냅니다. 양지쪽으로부터 올라오는 초록빛 잎사귀, 꽃잎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어느새 그들의 친구가 되어 버립니다. 왜냐하면 그들도 지난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냈고, 나도 지난 날 아픔과 고통을 다 이기고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뿌리 깊은 나무는 쉽게 쓰러지지않습니다. 바람이 강하면 나무도 강해지고 숲이 어두우면 나무는 하늘을 향해..

수필 2024.07.18

신기독愼己獨 / 권오훈

신기독愼己獨 / 권오훈   한때 독서클럽에서 정한 도서로≪스베덴보리의 위대한 선물≫을 읽은 적이 있다. 아인슈타인에 버금갈 정도로 명석한 스웨덴 물리학자 스베덴보리가 하나님의 선택을 받아 가사假死상태에서 여러 차례 사후세계를 다녀와 쓴 책이라 전해진다. 우리가 죽으면 중간지대에서 한동안 머물면서 생전 선악 행위의 결과에 따라 아홉 단계의 천국과 아홉 단계의 지옥으로 가게 된다고 한다. 그는 몇 차례에 걸쳐 천당과 지옥 모든 곳을 다녀왔다.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리라는 사명을 받고 방대한 내용의 저서를 남겼다고 한다. 인간은 사후에 누구나 천당과 지옥으로 가게 되는데 각각 9단계가 있다. 판단의 기준은 양심과 선행이다. 그래서 기독교가 전파되지 않은 지역이나 시대를 막론하고 하나님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사람..

수필 2024.07.12

왜 감이 기독교적인 과일일까? -김영교

'감이 붉어지면 의사는 창백해진다'는 옛말이 있다. 가을철 붉게 익은 감안에는 온갖 영양분이 들어있어 이것을 먹게 되면 잔병이 없어져 그때부터 환자가 줄어들어 의사 얼굴이 창백해진다는 얘기다. 그 만큼 감의 높은 약리작용을 피력한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감은 참으로 기특한 과일이다. 여름의 싱싱한 과일을 다 보내고 늦가을을 지켜준다. 감은 주성분인 포도당과 과당 외에도 비타민의 모체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비타민 C는 사과의 8-10배나 되며 피를 멈추게 하는 지혈효과도 뛰어나 한방에서는 피를 토하거나 뇌일혈증세가 있는 사람에게 감을 많이 권하고 있다. 주고 또 주는 마지막 혼신의 액즙까지 준다. 바로 감식초가 그렇다. 첨가물을 넣지 않고 민간전래 방법으로 숙성시킨 이 식초는 유기산이 많아 당뇨, 비..

수필 2024.06.08

[좋은수필]행복에 관하여 / 정갑수

모든 사람은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그런데, 행복한 사람보다는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더 많은 원인은 무엇 때문일까?고대철학자들은 삶의 현상보다는 만물의 근원은 무엇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 우주에서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일까? 인류가 아직도 답을 구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최초로 답을 찾으려고 시도했던 철학자중 한 사람이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였다.그는 우주는 역동적이고 끊임없는 변화와 대립 속에서도 우주적 지성에 따라서 조화를 이루는데, 이 우주적 지성을 로고스Logos라 부르고 그것은 불로 이루어졌다고 믿었다. 그의 영향을 받은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은 자연이 인간에게 의식, 이성, 자유의지라는 축복을 내렸고 이런 축복 덕분에 인간은 모든 상황에 자신을 적응시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

수필 2024.04.27

사순절의 기도/박보명 장로

해마다 사순절이 되면 가시 면류관과 십자가가 더불어 나타납니다. 봄과 얼음이 풀리는 길목에서 주님을 떠올리고 바라보면 피로 얼룩진 모습에 마냥 넋없이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작년에도 내 죄 때문에 고난을 당하셨다고 참회의 눈물과 기도를 드렸는데 지금도 여전히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용서해 주세요. 주님! 알게 모르게 공기를 마시듯 주님의 사랑을 받고도 무엇에 그리 바쁜지, 무엇에 그리 떠밀려 가는지, 무엇에 그리 쫓기고 있는지, 무엇에 그리 정신이 없는지, 주님의 말씀에 게을렀고, 기도에 무심했고, 행함에 부족했고, 순종보다 변명에 이골이 난 이 모든 잘못을 깨닫고 회개하며 간구하오니 허물을 용서해 주세요. 주님! 해마다 사순절이 되면 새로운 각오로 주님과 가까이 호흡하며 살기를 바라는 소원의 기도를..

수필 2024.03.29

골죽/ 지영미 수필/2023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일러스트/정윤성 수직으로 곧게 뻗은 대나무 군락, 속을 비운 대들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흘러넘치는 푸르른 본능 사이사이로 햇살이 부서져 내린다. 댓잎에 튕긴 빛이 눈이 부시도록 반짝인다. 바람이 불자 일제히 우듬지를 출렁이며 허공에 부서진 소리를 쓸어 담는다. 대나무들은 하룻밤에도 훌쩍 키가 자란다. 늦게서야 자라는 대는 죽죽 뻗고 싶지만, 햇볕은 먼저 큰 친구들이 차지한다. 시간이 갈수록 초라한 모습이 도드라진다. 버스럭거리는 낙엽만이 골골이 파인 상처를 감싸줄 뿐이다. 속 깊은 자괴감에 비하면 겉면을 타고 내리는 고통쯤은 참을만하다. 제때 자라지 못한 몸뚱이는 결핍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긴다. 시간이 갈수록 마디를 파고드는 골이 깊어진다. 생장의 마디마다 사연을 간직한 채 낮은 자세로 사는 법을 터득..

수필 2024.03.18

솔직한 신앙생활/김윤환

솔직한 신앙생활/김 윤 환 우리는 흔히 솔직하다는 것과 정직하다는 것과 진실하다는 것의 차이를 모호하게 느낄 때가 있습니다. 때로 솔직하니까 정직한 것이고, 정직하니까 진실된 사람으로 오해하는지도 모르죠. 그러한 오해는 우리 기독교인에게도 종종 발견됩니다. 교회모임이나 봉사활동에 소극적인 교우들에게 모임에 참여를 권유하다보면 대개 바쁘거나 아직 때가 아니라고 둘러댑니다. 물론 진짜 긴요한 용무가 있을 수는 있겠죠.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빠지는 사람이 늘 빠진다는 것입니다. 지금 그들을 탓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들은 매우 솔직하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또 그 감정에 충실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솔직한 심정은 대체로 이러합니다 '솔직히 일요일은 좀 쉴 필요가 있지 않느냐?' '솔직히 주일..

수필 2024.02.18

‘한국 수필문단의 어머니’로 불리는 조경희(1918~2005)

‘한국 수필문단의 어머니’로 불리는 조경희(1918~2005) 문학의 키워드는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반성이다. 그의 글은 생활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들이다. 이런 진솔함은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간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하정면 창후리 선착장에서 바라본 바닷가에 노을이 내리고 있다. 조경희 작가는 고향 강화도의 푸른 산과 노을이 내리는 바닷가 그리고 인정이 많은 고향 사람들을 그리워했다. “지금도 내 생김이 퍽 인상이 나쁘지만 일찍이 나는 얼굴이 예쁘지 못해서 비관까지 한 적이 있었다. 여학교 일 학년 때라고 생각된다. 나하고 좋아지내던 상급생 언니가 나를 통해서 알게 된 나의 친구를 나보다 더 좋아하는 일이 생겼다. 나는 한꺼번에 두 가지를 잃어버렸다. 지금까지 언니처럼 믿고 의지해오던 상급생 언니, 그리고..

수필 2024.02.09

네가 어디에/곽상희

2000년 1월 1일 21세기가 시작되던 첫날 국제 펜 본부(회장 호메로 아리디스)는 사회주의를 포함해 94개 국의 기라성 같은 회원국 문인들로부터 인류가 문자를 발명한 이후 지금까지 가장 위대한 문장이 어떤 것인지 선정하게 했습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 1:1) 이 문장을 가장 위대한 문장으로 뽑은 문인들은 그 이유를 ‘세상에서 가장 큰 신비, 혹은 신비로 가득 찬 문장’이라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In the beginning God created the heaven and the earth” 이처럼 힘차고 확신에 찬 선언을 나도 모릅니다. 인간이 터득할 수 없는 무한한 신비가 감추어져 있는 말씀, 창조의 영원한 파노라마의 시초, 한없이 되풀이하여 외우고 싶은 생명의 근..

수필 2024.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