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간에 「머피의 법칙」이라는 경험법칙의 말이 생겨났다. 난 왜 되는 일이 없을까 하는 것이 머피법칙이고 이와 정반대로 천만 다행이야, 와 행운의 날이야, 너무나 감사해 하는 것이 셀리법칙이다. 이 두가지 법칙을 다시 풀이해보면 머피의 법칙은 부정적인 사유이고 셀리의 법칙은 긍정적인 사유이다.
한 애꾸눈 임금이 전국의 화가들을 불러서 그림을 그렸다. 어떤이는 임금님의 애꾸눈을 없게 그리고 어떤이는 애꾼눈을 예쁘게 그렸지만 한 화가는 성한 눈이 있는 옆모습을 그렸다. 이와 같이 어느곳에나 희망과 절망이 똑같이 있으며 백프로 희망적이거나 이백프로 절망적인 것이란 없다. 오로지 그 사물이나 일에 대한 나름대로의 관점이나 사유가 다를뿐이다.
모든 사람들이 늘 동경하는 행복도 마찬가지이다. 남들이 보기에 저사람은 행복해 보이는데 정작 본인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불행이고 반대로 남이 보기에 그는 불행이 극치에 달한 것 같은데 본인은 늘 스마일 얼굴이면 그건 분명한 행복이다.
한국에 나와서 얼마 안되여 취직하려고 전화를 걸엇더니 상대방은 교포라는걸 금방 눈치채고 사절이라는 것이다. 처음엔 화가 나고 마음 상하고 후회도 하고 했지만 이제는 그에 대처하는 방법도 찾아냈다. 일일이 전화해서 퉁을 맞기보다 상대에게 메시지를 날리는데 첫단어로 교포임을 밝힌다. 교포사절이면 으례 다시 연결하지 않을것이요. 교포환영이면 면접제의가 올것이다. 싫으면 관두라는 식으로 취직할데가 많다는 배포도 있지만 사절이라는 목소리를 직접 듣지 않으니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았다. 이것이 최면술이라도 좋다. 스트레스를 덜 받을수만 있다면.
쉰살의 아줌마가 홀써빙일을 하기란 쉽지 않다. 젊은 애들이 가기 싫어하는 고기집이나 분식집 아니면 국수집만 아줌마들를 그나마 봐줘서 홀일을 시킨다. 매번 면접을 보러 갈 때면 나는 제일 처음 거울앞에서 화장을 고친다. 거울속에 나는 별로 예쁘지도 않은 얼굴에 축 처진 눈매에 주름이 여기저기에 널려있고 얼굴색도 거무칙칙 하다. 그래도 나절로 기죽을수는 없는법.
나는 거울속 나와 이런 대화를 한다. 쉰살도 넘은 아줌마가 이만하면 괜찮지. 선보러 가는것도 아닌데 주름이 좀 있으면 어때? 눈과 코가 세팅이 잘돼 있고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 인상이 좋게 생겼으면 되지. 모든게 잘 될거야. 오늘 나는 꼭 면접에 합격될수 있어.
만약 면접에서 퇴짜를 맞고 돌아오더라도 네가 아니라도 다른이가 나를 선택할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열심히 계속 구직광고를 뒤져본다. 그래도 아직 정직원이 못됐지만 그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친구는 한달에 급여가 190만인데 나는 겨우 150만을 벌지만 내가 아직은 큰병이 없고 건강한것만도 다행이 아닐까. 중국에서 공무원생활을 하던 내가 한국에서는 3D업종에 종사하지만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한국에서 선진문화를 접촉할수 있고 옛날 동료들보다 돈을 더 벌고 있다는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 아닐까. 비록 내 몸을 놀려서 벌지만,
십년넘게 한국생활을 하고 있는 교포들도 교회에서 끼살이를 하거나 식당 한쪽구석에서 잠자리를 해결하고 있지만 나는 그래도 마음대로 벗고 씻고 먹을수 있는 방 한칸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다락방이라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지만 전세집으로 옮길날을 기대하면서.
머피의 법칙대로 생각한다면 타향살이의 모든 애로는 불행일수밖에 없다. 불행하다고 질질 짜고 다닌다고 행복해 질수는 없다. 좋은 일을 생각하면 좋은 일이 생기면 나쁜 일을 생각하면 곧 뒤따라 나쁜 일이 생긴다. 이왕 선택한 한국행이고 몸을 던져 돈벌러 나왔는데 힘들다고 생각하면 더 힘들어 진다. 그럴바엔 아예 마음의 탕개를 풀고 좀더 긍정적인 사유로 일해보는것도 바람직 하지 않을가. 세상만사 마음먹기 마련인데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생각한다면 모든 것이 해피해 질것이다.
개미허리에 권총을 채우기보다 더 힘든 것이 요즘 세상이다. 나만 힘든게 아니고
힘든 사람들이 주위에 널려 있다. 때로는 절망의 나락에 빠진것처럼 일이 풀리지
않을때가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리 설쳐 보았댓자 소용이 없다. 그럴때면 긴 심호
흡을 하고 자기의 한손을 심장에 얹고 두시간 정도 누워서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
올려 본다. 그러면 안정호르몬이 몸속에서 흐르면서 마음이 평온해진다. 점차 정
상적인 사유를 찾게 되고 다시 돌이켜 현실을 직시해보면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
이 아니라 희망으로 통하는 좁은 통로도 있다는걸 발견하게 될것이다.
누군가 당신을 위해 대신 인생을 살아주지 않는다. 행복은 자기절로 찾아야 한
다. 사소한것이 행복이다. 내가 오늘은 파출부이지만 내일 아니면 얼마후에 정직
원으로 될수도 있다는 희망, 오늘은 내가 밥모이지만 언젠가는 주방장이 되리라
는 기대, 지금은 여러가지 여건으로 우리 교포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지만 언
젠가는 교포들속에서 한국사회에 영향력이 있는 국회위원도 나올수 있다는 확신
을 가져본다.
지금 나는 머피와 이별하고 셀리와 사랑하고 있다. 아침에 깨여나서 혹은 저녁에 잠들기 전 매일 몇분간의 짬을 내서 나절로 행복을 느껴보고 사소한 일에서도 행복을 찾는 연습을 한다. 행복찾기를 거듭하다보면 언젠가 진정으로 행복해 지지 않을가 싶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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