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의일상

요즘 들어 더 생각나는 사람.. 이해인 수녀님

헤븐드림 2018. 2. 13. 04:02









사랑할 땐 별이 되고

동백꽃이 많이 피는
남쪽에 살다 보니 
동백꽃이 좋아졌다 

바람 부는 겨울에도 
따뜻하게 웃어주고 
내 마음 쓸쓸한 날은 
어느새 곁에 와서 
기쁨의 불을 켜주는 꽃 

반세기를 동고동락한 
동백꽃을 바라보며 
나도 이젠 
한 송이 동백꽃이 되어 
행복하다 
-7쪽, 「동백꽃과 함께」 사람이 많이 아프고 나면 더 소박하게 살고 싶고 사람이 많이 상처를 받으면 단순해지길 원하나보다 동백꽃을 닮은 시인이라면 어패가 될까 시인의 나라는 동백섬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예전에 읽은 꽃삽, 민들레 영토,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이런 책들이 이제 집에는 보이지 않지만 요즘 들어서 시인의 정결한 사고가 나의 삶을 반추케 하는 이유는 아마 나도 나이가 드는 탓일게다


며칠 전 부터 문득 이해인 수녀님의 책을 갖다가 머리 맡에 놓고 잠이 안오는 밤에는 읽는다

영혼의 모습이 순수하고 깊고 아름다운 사람이다 사소한 것에서 진선미의 의미를 찾아내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분이다

그녀의 글 속에는 산새들이 지저귀고 별들이 반짝이며 말하고 조그만 아이가 놀고 있다

시가 바람이 되고 하늘이 되고 꽃이 되고 별이 되는

어여쁜 손, 일찍부터 수녀가 되어 써내려간 많은 글 들 속에선 허무와 낙망을 찾아볼 수가 없다

주님을 사랑해서 모두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버린 수녀님의 맑은 정신에서 샘물이 퐁퐁 솟아남을 어쩌겠는가

 


이 해인 수녀님께../리라


당신은 주님께 생을 바쳤으니 

더 무엇을 바랄까요


기도하며 말씀보며 삶을 배웠으니 

항상 기뻐할 수 밖에요


주님 주신 달란트로 시와 수필을 쓰며 

사랑하고 용서하는 법을 사람들에게 가르쳤지요


당신은 참 특별한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세상과 구별되어 어릴적부터 

신실하게 살아왔으니까요


수녀님의 글에서는

소박하고 수줍은 시골 아가씨의 미소를 느끼지요

주님에 대한 절대적 사랑을 어디서나 말해야 하는

전도자의 길을 볼 수 있어요


이제 늙고 병들어 힘들어 하시는 수녀님의 일상을

느끼며 괜히 서글퍼 지는 것은

적어도 수녀님은 건강하게 사시다 하늘 나라로 곧장 가셔야 한다는 생각에서지요


누구나 걸어야 하는 삶의 고단한 길 속에서

오늘 나는 수녀님을 봅니다 

그리고 몇 발자욱 떨어져 그 뒤를 따라가는 나의 

모습도 봅니다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이지만 언젠가 저 하늘나라에서 보게 된다는 설레임이 가슴에 가득하네요

그래서 더 친밀하게 여겨지는 언니같은 시인이지요

하늘을 사랑하는 시인을 나 역시 좋아하는 것은 별다른 이유가 필요없지 않을까? 꽃으로 비교하면 하얀 들국화

사람의 향기에 하늘 향기까지 가진 수녀님의 글에서는 소녀 냄새가 난다 난해하지 않고 쉬우면서 깔끔한 정신이

내 정신에 쉼터가 될때가 있다 시노래로 엮은 편지곡이 신선해서 올려봤다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in our tears.. 음악으로 들으면 더 좋은 것 같다
음악.. 내 영혼에 부드러운 꽃향기로 오는 너는 참 좋은 정신의 정원사이기도..
음악에 잘 맞는 이해인님의 시 하나를 더 실어본다


겨울 나무

 

내 목숨 이어가는

참 고운 하늘을

먹었습니다


눈 감아도 트여오는

백설의 겨울 산길

깊숙이 묻어 둔

사랑의 불씨


감사하고 있습니다

살아온 날

살아갈 날

넘치는 은혜의 바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가는 세월

오는 세월

기도하며 지새운 밤


종소리 안으로

밝아오는 새벽이면

영원을 보는 마음


해를 기다립니다

내 목숨 이어가는

너무 고운 하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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