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 속에서/리라
그대 삶의 거리에서
쓸쓸한 낙엽으로 흩날리던 적 있었던가
가을 바람 속에서
휭하니 가을을 앓고 간 사람들을 보았는가
밤을 새워 기억한 적 있었던가
삶의 조각난 얼굴들을 보았는가
목을 놓아 울던 바람 속
한없이 삶의 자취를 찾으려
낙엽들은 쌓이다가
상실의 가을 속을 거닐고 난 후
하나씩 떠나다가
그대는 또 한번 그대의 길을 잃었으리라
여전히 부는 바람 속으로
기억 속에서 지우려 하는 것들은
슬픔으로 자리잡고
우리들은 기다림이라는 체념의 틀 안에 갇히고 만다
삶은 늘 정직하여
쓸쓸하면 쓸쓸한대로
그 길을 걷는 것이다
너무 빛나는 내일을 희망하지 말라
삶의 흔적 속에 묻혀서
이대로 가을을 나는 것이다
외로우면 외로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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