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중에서 세월을 잊다
산방에 비친 달빛에 잠이 깨어/ 오늘 하루 내 살림살이 / 홀로 사는 즐거움 / 당신은 행복한가 / 꽃에게서 들으라 / 아무것도 갖지 않은 자의 부/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긴다 / 대나무 옮겨 심은 날/ 산중에서 세월을 잊다/ 걷기 예찬
2. 행복은 어디 있는가
물 흐르고 꽃 피어난다/ 꾀꼬리 노래를 들으며/ 행복은 어디 있는가 / 내 곁에서 내 삶을 받쳐주는 것들/ 이 여름의 정취/ 나의 겨울나기/ 그곳에서 그렇게 산다 / 나무 이야기 / 산중에 내리는 눈
3. 빈 그릇으로 명상하다
그대는 지금 어느 곳에 있는가-정채봉을 기리며/ 빈 그릇으로 명상하다/ 자신의 집을 갖지 않은 사람/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 산 너머 사는 노승/ 영혼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봄은 가도 꽃은 남고/ 내 그림자에게
4. 다시 산으로 돌아가며
천지간에 꽃이다/ 감옥이 곧 선방/ 다시 산으로 돌아가며/ 무말랭이를 말리면서/ 토끼풀을 뽑아든 아이/ 생활의 규칙/ 겨울 가고 봄이 오니/ 산자두를 줍다/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 세상이 크게 변하고 있다/ 인간 부재의 시대/ 나무종이보살/ 삶의 종점에서 남는 것
혼자 살라온 사람은 평소에도 그렇지만 남은 세월을 다할 때까지 자기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꽃처럼 새롭게 피어나는 것은 젊음만이 아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한결같이 삶을 가꾸고 관리한다면 날마다 새롭게 피어날 수 있다. 자기 관리를 위해 내 삶이 새로워져야하겠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하게 된다. 나의 말과 글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부터 할 수만 있다면 유서를 남기는 듯한 글을 쓰고 싶다.---p. 본문 중에서
법정 스님의 ‘홀로 사는 즐거움’
허균이 엮은 이 연상되는 이 책의 제목을 정하면서, 스님은 혼자 사는 사람이 부쩍 많아진 요즘 세상에 이 제목이 딱 맞는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법정 스님이 말하는 홀로 있다는 말의 의미는 외떨어져 혼자 사는 단순한 의미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홀로 있음의 진정한 의미를 이야기하면서 스님은 명상가 토마스 머튼의 말을 인용한다. 즉 ‘홀로 있을수록 함께 있다’는 가르침이다. 인간은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없다. 홀로 있다는 것은 어디에도 물들지 않고 순수하며 자유롭고,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서 당당하게 있는 것이다. 결국 홀로 있다는 말은 개체의 사회성을 내포한다.
또한 인간은 본래 전체적인 존재임을 강조하며, 부분이 아닌 전체로서 존재할 때 그의 삶에도 생기와 탄력과 건강함이 생긴다고 알려준다. 결국 홀로 사는 즐거움도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