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셋 모옴이 지은 인간의 굴레는 한 인간이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온갖 굴레들을 하나씩 벗어 가는 주인공 필립 케어리의 정신적 성장기록이다. 1915 년 간행된 이 작품은 자전적 색채가 짙어 주인공 필립 케어리에게서는 작자 자신의 모습을 다분히 찾아볼 수 있다. 교양소설의 한 전형으로서 제명은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의 《에티카》 1장의 제목을 땄다고 한다. 예술적 세계에 대한 동경을 열정적으로 보여주던 작가, 서머셋 모옴의 또 다른 작품인데, 내용 면에서는 조금 차이가 있으나 그가 지닌 의식적인 면에서 같은 맥락을 유지하고 있었다. 담담하면서도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태도로 잔잔한 느낌을 주었다. `인간의 굴레`는 다분히 고백적인 것이 특징인데, 실은 이 점이 나에게 그의 사상을 전달하는데 있어 상당한 귀감이 될 수 있었다. 내 자신이 어떤 면에서는 주인공 필립에게 많이 동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씩 소설가들의 매우 공감할 만 하면서도 치밀한 인간의 심리묘사 부분을 보면서 감탄하는 한편, 그 안에 작가 자신의 모습이 일부분이나마 개입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더군다나 너무나 진솔해 보였기 때문에 더욱 더 흥미로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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