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은총

은총/김승철 제5회 국민일보 신앙시 신춘문예 최우수상

헤븐드림 2018. 4. 12. 03:14

 


은총 / 김승철


새가 못이 되어 날아와 박힌다.

외마디 신음만 들릴 뿐, 

추락하는 그림자 사이로

달이 새파랗게 질려 보고만 있다

툭 소리에 머리칼은 깃털처럼 흔들리지만 나무는 날아가지 않는다, 

도망치지 않는다

떨어지는 것들은 깃털이 아니라 그늘진 울음이 된다

쇳조각의 속박이 아닌 은색 알갱이가 스며드는 뿌리의 언약은 밑동이 잘려도 나무를 말없이 버티게 한다

금속의 차가운 시간은 되레 떠내려갔던 해를 염원한다

 

느슨하지만 진한 여명에

못이 새가 되어 강가에 가 목을 축인다 녹슨 부리에서 녹물이 그림자를 벗기고 핏빛으로 새어나온다, 

둔탁한 쇳소리가 고인다

씻겨라, 씻어라

나무의 주인은, 물의 주인은

새와 못의 주인은 양팔을 뻗고도

은은한 강물을 영겁으로 흘러 보낸다

다만 아프다 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