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은총

제 8회 기독 신춘 문예 최우수상시 신발/정경해

헤븐드림 2018. 4. 9.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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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발/정경해

 

 

이른 아침 현관에 들어서니 
어머니의 신발 한 켤레 
구부정히 앉아 있다 

새벽기도를 다녀오셨는지 
가지런히 두 발 모으고 
묵상 중이다 

희끗희끗 서리 앉고 
주름 깊게 패인 모습으로 
무릎 꿇었다 

진흙이 검버섯으로 피어 
못 다한 간구하듯 하늘을 
우러르고 있다 

삼백예순날 캄캄한 새벽 
눈물 자루 무거워 
뒷굽 관절이 다 닳았다 

돌아오지 않는 
아들 위한 기도로 
온 몸이 까맣게 탄 채 

퉁퉁 짓무른 눈 
현관문 열어 놓고 
소금 꽃 하얗게 불 밝혔다 

밤새 세상을 떠돌던 내 신발, 
마른 잎처럼 서성이는데 
발바닥 지문 사라진 
어머니 신발 

아랫목으로 다가와 
내 신발 감싸 안는다 

뭉클, 
어머니 신발 곁에 앉아 
두 발 모은다 

그분, 
때 묻은 내 신발도 받아주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