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의일상

밤비 내리는 날에/리라

헤븐드림 2024. 12. 28. 11:16

 

 

은피리 부는가? 창가에 뿌린 맑고 찬 소리.

겨울 나무 반가워 가지 흔들고 마음 젖어가는 밤!

한해 저물어 아쉬운 생각을 너에게 보내면 넌 "내가 있잖아!"

하며 정겨운 눈빛을 한다.

그래도 네가 보고싶다고 눈물지으면 밤비 소리 함께 울어준다.

 

밤비 내린다. 12월의 마지막 즈음..

그럭저럭 하루 하루를 보내며 이 한해도 보냈다.

가슴 한켠 빈 채로, 머리 한 부분 멍한 채로 밤비처럼 살아왔다.

추적거리며 보이지 않는 하늘을 가늠하며 하향하는

그런 캄캄한 마음으로.

 

누구에게나 가슴에 묻은 상처는 있겠지만 주님께 기도드리며

위로의 은혜를 받으면서도

상심과 인내를  반복하며 지내온 세월이 여간 길지 않았다.

나에게 상실의 아픔이 있기에 이렇게 비가 내리는 밤이면 많이 슬프다.

 

한 때 인생이 아름답다고 찬가를 불렀지만

이제는 인생은 밤비와 같다 말하겠다.

보이지 않아도 걸어가야 하는 길.

눈물 뿌리면서도 흙에 스며드는 그 의미 때문에 내리는 비처럼

누군가를 위해 그리고 어쩌면 가엾은 나를 위해 그렇게 가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