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영혼

눈 속에 핀 한 달란트 / 임용남

헤븐드림 2024. 1. 21. 02:50

 

 

 

눈 속에 핀 한 달란트 / 임용남

 

 

싸락눈이 탱크같이 내리는 날

 

당신은 극빈을 동구 밖으로 밀어내려고

삼손의 나무꾼이 되셨다

그의 냉가슴은 늘 만선을 꿈꾸었고

호미 끝으로 새벽이 눈을 뜬다

때론 소쩍새 울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의 발가락을 몰아낸 진흙들이 고무신을

점령했을 때 나는,

양떼들이 모여 사는 성경책 속을 걸었다

그의 관자놀이 쪽으로 눈물의 강이 흐른다

그곳에 한 장의 편지가 떠다닌다

그 편지를 읽었다

성자 같은 천개의 은하수를 가슴에 안고

폭풍만이 떼 지어 사는 길을 걸었다

 

지금, 바람에게 그늘을 내어주고 있다

영혼이 없는 양을 안고,

천상으로 가는 가시밭길을

오르고 또 오르고 있다

가브리엘의 목소리가 푸르게 들려왔다

오, 아버지, 나의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