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 핀 한 달란트 / 임용남
싸락눈이 탱크같이 내리는 날
당신은 극빈을 동구 밖으로 밀어내려고
삼손의 나무꾼이 되셨다
그의 냉가슴은 늘 만선을 꿈꾸었고
호미 끝으로 새벽이 눈을 뜬다
때론 소쩍새 울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의 발가락을 몰아낸 진흙들이 고무신을
점령했을 때 나는,
양떼들이 모여 사는 성경책 속을 걸었다
그의 관자놀이 쪽으로 눈물의 강이 흐른다
그곳에 한 장의 편지가 떠다닌다
그 편지를 읽었다
성자 같은 천개의 은하수를 가슴에 안고
폭풍만이 떼 지어 사는 길을 걸었다
지금, 바람에게 그늘을 내어주고 있다
영혼이 없는 양을 안고,
천상으로 가는 가시밭길을
오르고 또 오르고 있다
가브리엘의 목소리가 푸르게 들려왔다
오, 아버지, 나의 아버지
'삶과 영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월의 그늘/김현승 (0) | 2024.02.12 |
---|---|
생각하는 사람/김장환 (0) | 2024.02.04 |
어머니 방석/장기욱제 13회 신춘문예 신앙시 최우수상 (0) | 2024.01.14 |
견출지/정재희 13회 국민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0) | 2024.01.06 |
눈 먼 자의 기도, 소리 /우현준 (0) | 2023.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