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해석
여기서는 ‘숲’이 보조관념이고, 핵심 상징이며 중심 은유이다. 숨겨진 원관념은 무엇일까? 나는 이것이야말로 ‘첫사랑’이라고 단정하고 싶다. 더 정확하게는 ‘첫사랑의 추억’이다. 참 소박하고 귀여운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연의 ‘사랑’의 대상에 대입할 다른 마땅한 것(숨겨진 원관념)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1연은 아주 소박한 느낌이 드는 현실 세계를 표현했다. 2연은 ‘숲’이라는 보조관념 속에 작자가 숨겨두었지만 화자는 이미 알고 있는 원관념을 향해 들어간다. 3연은 관념 세계에 완전히 들어 있는 상태다. 3연의 ‘그 사람’도 보조관념이다. 이것의 원관념은 화자의 진술로 봐서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이다. ‘첫사랑’이란 말은 첫사랑의 내용도 되고 첫사랑인 사람도 된다. 4, 5연은 다시 현실 세계로 나온 것이다. 마지막 연은 추억(관념 세계)과 현실 세계가 적당히 어울려 있는 상태다.
‘꿈’은 ‘숲’ 특히 ‘무화과 숲’과 같다. ‘꿈=숲=무화과 숲’이다. ‘숲’은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이고, ‘꿈’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승화된 ‘첫사랑=무화과 숲’이다. 흔히 아련한 추억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꿈결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왜 ‘무화과 숲’인지는 작자만이 안다. 각개 독자는 자신만의 ‘어떤 숲’이 있을 것이겠지! 뭐 아직 없거나 있었는데 찾지 못한 독자도 있을 것이겠지!
마지막 연 마지막 행의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는 압권이다. 이 구절 하나만으로는 절대로 압권이 될 수 없다. 이 문장과 비슷한 것 아니 동서고금에 이미 똑같은 문장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또 이런 단일 문장으로는 누구든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흔하고 평범한 다른 모든 문장들과의 조화 속에서 압권을 이루게 된 것이다. 멋있는 단일 문장 하나를 만드는 것보다 시를 짓는 것은 더 뛰어난 실력이 있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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