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영혼

애도/루이스 글릭

헤븐드림 2023. 3. 7. 06:16
 
 
루이스 글릭/미국의 수필가 시인- 202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애도/루이스 글릭
 
 
 
당신이 갑자기 죽은 후,
그동안 전혀 의견 일치가 되지 않던 친구들이
당신의 사람됨에 대해 동의한다
실내에 모인 가수들이 예행연습을 하듯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당신은 공정하고 친절했으며, 운 좋은 삶을 살았다고
박자나 화음은 맞지 않지만, 그들은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진실하다
다행히 당신은 죽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공포에 사로잡힐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조문객들이 눈물을 닦으며 줄지어 나가기 시작하면,
왜냐하면 그런 날에는
전통 의식에 갇혀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
9월의 늦은 오후인데도
햇빛이 놀랍도록 눈부시기 때문에,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그때
당신은 갑자기
고통스러울 만큼 격렬한 질투를 느낄 것이다
살아 있는 당신의 친구들은 서로 포옹하며
길에 서서 잠시 얘기를 주고받는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저녁 산들바람이
여인들의 스카프를 헝클어뜨린다
- 루이스 글릭 , <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