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회개

삼월의 시/김현승

헤븐드림 2023. 3. 2. 07:34

 

 

삼월의 시/김현승

 


내가 나의 모국어로 삼월의 를 쓰면
이 달의 어린 새들은 가지에서 노래하리라,
아름다운 미래와 같이
알 수 없는 저들의 이국어로.

겨우내 어버이의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이제는 양지로 모인다,
그리고 저들이 닦는 구두 콧부리에서
삼월의 윤이 빛나기 작한다!

도심엔 청 지붕 위 비둘기들이
광장의 분수탑을 몇 차롄가 돌고선
플라타너스 마른 뿔 위에 무료히 앉는
삼월이기에 아직은 비어 있다.

그러나 0속에 모든 수의 신비가
묻혀 있듯,
우리들의 마음은 개구리의 숨통처럼
벌써부터 울먹인다. 울먹인다.

그러기에 지금
오랜 황금이 천리에 뻗쳐 묻혔기로
벙그는 가지 끝에 맺는
한 오라기의 빛만은 못하리라!

오오, 목숨이 눈뜨는 삼월이여
상자에 묻힌 진주를 바다에 내어주라,
이윽고 술과 같이 출렁일 바다에 던지라!

그리하여 저 아지랭이의 요정과 마법을 빌려
핏빛 동백으로 구름빛 백합으로
 살아나게 하라! 다 피게 하라!
출렁이는 마음― 그 푸른 파도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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