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회개

비대칭으로 말하기/김은자

헤븐드림 2022. 11. 12. 04:22

 

 

비대칭으로 말하기/김은자

 

 


울음에 슬픔이 어두워지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며칠씩 목이 마르고

괜찮다고, 이제 다 지나갔다고,
손을 맞잡은 생이 벽처럼 깊어가네

오늘 당신은 정적,
투명한 유리잔처럼 출렁이네

슬픔의 바깥쪽을 돌다가 한 뼘씩
순도 높은 궤도의 안쪽을 향해 안착하는
울어야 할 때 웃어버리는 당신

왼팔과 오른팔의 길이는 얼마쯤 다른가?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의 깨진 대칭은
누구의 계절인가?

한쪽 발로 무거운 추를 오래 끌고 다닌 듯
그늘이 다리를 저네
웃어야 할 때 울어버리는 당신

눈을 중심으로 낙타가 사막을 가로질러 가네

모래바람에 커다란 두 눈을 끔뻑거리며
슬픔을 끝도 없이 행진하네

그것마저 울어버리면
웃을 테지 쓸쓸히 울어버릴 테지

울음 밖을 머물던 통렬한 시詩도
눈 쌓인 골목을 떠돌던 미완의 노래도

 


- <비대칭으로 말하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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