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 /정연복
하늘은 가만히 있으면서도
제 할 일을 다합니다
산은 꿈쩍도 하지 않는 것 같아도
제 몫의 일을 합니다
물은 흘러가면서
자기의 본분을 다합니다
나무는 제자리에 서 있으면서도
철 따라 무척 많은 일을 합니다
한 송이 꽃은 피고 지며
자기다운 일에 충실합니다.
나는 하루 세 끼 밥을
꼬박꼬박 챙겨 먹습니다
그런데 과연 나는
밥값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그냥 밥만 축내며
엉터리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요즘 들어 문득문득
내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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