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회개

연륜/박두진

헤븐드림 2022. 10. 2. 04:11

 

 

연륜 / 박두진

 

소나무와 갈나무와

사시나무와 함께 나는 산다

 

억새와 칡덤불과

가시 사이에 서서

 

머언 떠나가는

구름을 손짓하며

 

뜻 없는 휘휘로운

바람에 불리우며

 

우로와 상설에도

그대로 헐벗고

 

창궁과 일월과 다만

머언 그 성신들을 우러르며

나는 자랐다

 

봄 가고

가을 가는 동안

뻐꾹새며 꾀꼬리며

접동새도 와서 울고

 

다람쥐며 산토끼며

사슴도 와 놀고 하나

아침에 뚜놀던 어린 사슴이

저녁에 이리에게 무찔림도 보곤 한다

 

때로 ---

초부의 날선 낫이

내 아끼는 가지를

찍어가고

 

푸른 도끼날이

내 옆에 나무에 와 번뜩인다

 

내가 이 땅에 뿌리를 박고

하늘을 바라보며 서 있는 날까지는

 

내 스스로 더욱

빛내야 할 나의 세기

 

푸른 가지는

위로 더욱 하늘을 받들어

올라가고

 

돌사닥 사이를 뿌리는

깊이 지심으로 지심으로

뻗으며

 

언제나 트여질

그 찬란한 크나큰 아침을 위하여

 

일월을 우러러

성신을 우러러

 

다만 여기 한

이름 없는 산기슭에

 

퍼지는 파문 처럼

작은 내 고운

연륜은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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