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책읽기

곽재구의 산문집 '포구 기행'

헤븐드림 2018. 5. 8. 02:53






곽재구의 포구기행..을 통해 대중에게 한발짝 더 다가선 시인. 이방인의 머리 속에, 고만고만한 배들이 들고나는 포구의 어스름은 스산함이나 적막함으로 각인돼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시인 곽재구는 먹빛 바다를 바라보며 술잔을 돌리는 거친 사내들의 왁자함이나 마치 등대처럼 노란 불빛을 밝히고 있는 여염집을 바라보며 어둠을 감싸고 있는 '인간의 따뜻함'을 발견해낸다.『사평역에서』는 곽재구 시인의 눈에 비친 세상 이야기들로 가난한 냄새가 흠뻑 배어 있다. 암울한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동명동 청소부, 중동에 간 요리사, 창녀, 선생님, 용접공, 자전차포 점원 등-이 그의 시들의 주인공이다. “송화처럼 탄재가 날리는 용산역에서 새벽 김밥을 팔고” “가까운 고향도 갈 수 없는” 처지에 “일 년 반 동안 세 번을 이사”하기도 하는 그들에게 세상은 고되고 힘겹다. 그러나 그들은 `절망'에 대하여 노래하다가도 “사랑은 가고 누구도 거슬러올라 오지 않는/절망의 강기슭에 배를 띄우며/우리들은 이 땅의 어둠 위에 닻을 내린/많고 많은 풀포기와 별빛이고자 했다.” (「절망에 대하여」)며 희망을 싹 틔운다.곽재구 시인의 시들은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도시 노동자들의 삶을 노래하면서도 그는 비루한 그들의 삶에 피어 있는 조그만 들꽃을 발견해내는 섬세한 눈을 가지고 있다. 『사평역에서』에서 시작하여 『서울 세노야』에 이르기까지 그는 현실에서 억압 받는 삶에 대하여 서정적으로 노래해왔다. 80년대를 노래한 시들은 많다. 80년대를 겪은 이들에게 분노는 `근본 감정'이다. 그 분노를 비판 의식으로 끌어내 새로운 힘을 만들어내야 사회는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80년대를 노래했던 많은 시들은 그저 분노에 찬 절규와 외침으로 끝나버리기도 했다. 이러한 때 곽재구 시인의 시들은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의 분노는 아름다운 시어들을 통해 가슴에 와닿았기 때문이다.남루한 현실, 힘겨운 현실을 노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들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사랑' 때문일 것이다.... 

곽재구의 포구기행



책소개


<사평역에서>, <아기참새 찌꾸>의 시인 곽재구가 우리나라 곳곳에 숨은 작은 포구들을 찾아 떠난 여행을 기행 산문으로 정리했다. 화진, 지세포, 어청도, 삼천포, 사계포, 조천, 장항 등 불빛이 깜박이는 작은 포구 마을들로의 여행을 통해 우리들이 잃어버리고 사는 지난 시간들의 꿈과 그 불빛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생생한 포구 풍경 사진과 시인이 찾아낸 우리 이웃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 속에서 어느덧 저물녘 바닷가 작은 마을, 갯벌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목차

 

섬에서 보낸 엽서 ... 6
1... 겨울꽃 지고 봄꽃 찬란히 피어라-화진 가는 길 ... 17 소라고둥 곁에서 시를 쓰다-선유도 기행 ... 29
... 산도, 이 산도 쉬어 가고-진도 인지리에서 남동리 포구로 가는 길 ... 97

2... 묵언의 바다-순천만에서 ... 113
화포에서 만난 눈빛 맑은 사람들 ... 123
... 천천히, 파도를 밟으며, 아주 천천히-전북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 ... 195 


3... 집어등을 켠 '만휴'의 바다-남제주군 대정읍 사계포 ... 207
바다로 가는 따뜻한 바람처럼-우도로 가는 길 ... 215
...
갯바람 속에 스민 삶에 대한 그리움-해남 송지 어란포구 ... 283

바다와의 만남 ... 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