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책읽기

사랑할 땐 별이 되고/이해인 수녀

헤븐드림 2018. 2. 13. 02:39


 


어린 시절, 혼자만의 비밀 서랍을 갖고 즐거워했던 것처럼 내 마음 안에도 작은 서랍이 있다. 사랑과 우정과 기도. 내 나름대로의 좌우명과 아름다운 삶의 비결을 모아 둔 비밀서랍. 그래서 누가 나를 좀 힘들게 하더라도 이 서랍에서 얼른 지혜를 꺼내 최선을 다하면 슬프지 않다.

李海仁수도자로서의 삶과 시인으로서의 사색을 조화시키며 기도와 시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수녀 시인.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필리핀 성 루이스 대학 영문학과와 서강대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부산 성 베네딕도회 수녀로 봉직중이다.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Olivetan Benedictine Sisters)소속으로 1968년에 첫 서원을, 1976년에 종신서원을 하였다. 1970년 『소년』지에 동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펴낸 이래 8권의 시집, 7권의 수필집, 7권의 번역집을 펴냈고 그의 책은 모두가 스테디셀러로 종파를 초월하여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초·중·고 교과서에도 여러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여성동아대상, 새싹문학상, 부산여성문학상, 올림예술대상 가곡작시상, 천상병 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1976)를 펴내고 “고독의 진수를 깨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을 호명하며 우리 곁에 다가온 수녀는 수도자임에도 꾸준히 대중적인 인기를 이어가는 비결에 대해 ‘일상과 자연을 소재로 하는 친근한 시적 주제와 모태 신앙이 낳아준 순결한 동심과 소박한 언어 때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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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이해인 수녀님을 생각하며 _ 피천득
개정판을 펴내며

사랑할 땐 별이 되고 _ 기도일기
사랑할 땐 별이 되고
봄꽃들의 축제
사랑의 말은 
흰구름 단상
가을엔 바람도 하늘빛
새가 있는 언덕길에서
해질녘의 단상

수녀 언니 _ 수필
수녀 언니
헝겊 주머니
손님맞이
새〔鳥〕 아줌마의 편지
어느 소년의 미소
튤립꽃 같은 친구
사람 사이의 틈
먼 듯 가까운 죽음을 생각하며
마음의 작은 표현들
복스러운 사람
밝은 마음, 밝은 말씨
잎사귀 명상
자면서도 깨어 있네
성서 읽는 기쁨
선물의 집
너무 늦지 않게
내가 꿈꾸는 문구점
슬픔은 두고두고 우리네 일이네 - 주희를 추모하며
첫영성체의 하얀 기쁨 

친구에게 _ 편지
친구에게
사랑이 참되기 위해서는 - 마더 데레사께
캘커타의 아침 해처럼 - 마더 데레사께
꽃씨와 도둑 - 금아(琴兒) 피천득 선생님께
비오는 날의 편지 - 법정 스님께
사랑하면 될 텐데 - 박완서 선생님께
처음에 지녔던 사랑으로 - 유진 수사님께
수평선을 바라보며 - 노영심에게
혼자만의 시간 - 스테파노 선생님께
5월의 편지 - 청소년들에게
여러분이 스타입니다 - 청소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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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누워서도 하늘과 숲을 바라볼 수 있는 나의 작은 수방(修房)을 사랑한다. 새들의 노랫소리와 나무들의 기침 소리가 거침없이 들어와 나를 흔들어 깨우는 새벽. 나의 가슴엔 풀물이 든다. 송진 내음 가득한 솔숲으로 뻗어가는 나의 일상. 너무 고요하고 평화스러워 늘상 송구한 마음으로 시작되는 나의 첫 기도.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 p.22 

누군가를 처음으로 사랑하기 시작할 땐 차고 넘치도록 많은 말을 하지만, 연륜과 깊이를 더해갈수록 말은 차츰 줄어들고 조금은 물러나서 고독을 즐길 줄도 아는 하나의 섬이 된다. 인간끼리의 사랑뿐 아니라 신神과의 사랑도 마찬가지임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섬이 되더라도 가슴엔 늘상 출렁거리는 파도가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메마름과 무감각을 초연한 것이나 거룩한 것으로 착각하며 살게 될까 봐 두렵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마음의 가뭄을 경계해야 하리라. --- p.33

오늘은 주일. 끝내기 위해서 숨이 찼던 일의 의무도, 아름답지만 조금은 고단했던 사랑의 의무도 오늘은 모두 쉬기로 하자. 끊임없는 계획으로 쉴 틈이 없었던 생각도 쉬게 해주자. 급히 따라오는 시간에도 쫓기지 말고 멍하
... 펼처보기 --- p.275

출판사 리뷰

작고 소박한 것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이해인 수녀의 글 모음집


1997년 출간되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사랑할 땐 별이 되고』의 개정판
1997년 초판을 내고 40쇄 이상을 펴낸 이해인 수녀시인의 대표적인 글 모음집이다. ‘사랑할 땐 별이 되고’(기도일기), ‘수녀언니’(수필), ‘친구에게’(편지),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기도시) 등 다양한 형식의 글을 모두 4장으로 나누어 담았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느라 잃고 있던 정말 소중한 것을 일깨우는 짧은 글이 있는가 하면, ‘기차표’ 신발을 파는 가게에 들어가 ‘서울 가는 기차표 주세요’ 했다는 수녀님들의 에피소드도 정겹고 신선하다. 저자의 신앙고백적인 시 역시 종교의 참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개정판을 펴내며(이해인 수녀)

이 책의 제목은 이미 고인이 되신 금아 피천득 선생님께서 붙여주셨기에 새삼 선생님을 향한 애틋한 그리움이 밀려옵니다. 책도 세월과 더불어 조금씩 나이를 먹는 것 같습니다. 흐르는 세월과 더불어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작가 자신에게도 어떤 변화가 있게 마련이니까요.
이 글 모음 역시 편지 형식이 많은데 아름다운 편지의 대상이 되었던 일본의 새[鳥]아줌마도 몸이 많이 아픈지 요즘은 더 이상 소식이 없어 궁금합니다. 「어느 소년의 미소」의 주인공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캐나다에서 누나를 통해 저의 쾌유를 비는 정성어린 편지를 손자의 그림과 같이 보냈습니다. 
올 여름부터 제가 암 선고를 받고 몸이 많이 아프고 보니 지난날에 썼던 글들이 더 소중하게 여겨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년 전에 개정판을 낸 산문집 『꽃삽』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듯이 1997년 봄에 초판을 낸 『사랑할 땐 별이 되고』도 40쇄 이상을 찍은 걸 보면 독자들의 사랑을 참 많이 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새로 단장하는 이 책 또한 독자들의 가슴속에서 한 점 별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푸른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단풍이 불타는 가을숲을 바라보며 오랜 세월 저의 글들을 애독해 주신 미지의 독자들께도 고운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오래된 책에 다시 아름다운 새 옷을 입혀준 샘터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해인 수녀를 생각하며(피천득)

나는 이해인 수녀님을
따스한 오월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오월같이 정다우며
글 또한 신록처럼
맑고 따뜻하다.
이 행운을 그의 글 속에서
나누어 가지는 것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1997년 3월, 피천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