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일은 나에게 마술도구이며 파우스트의 외투다
그 도움으로 나는 벌써 수천번의 마술을 부렸고
어처구니 없는 현실과의 싸움을 이길 수 있었다"
40세가 되던 해부터 헤세는 수채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만년에 이르기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
헤세가 주로 그린 것은 루가노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스위스의 평온한 시골 풍경과
몬타뇰라 근교의 자연 풍경이었다.
헤세의 그림엔 살아 움직이는 사람이나 동물은 없다
그가 그런 대상을 그릴 줄 모른다기보다는 인간에 지치고 인간세계에 염증을 느낀 그가 인간을
화면에 받아 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언제나 변함없이 묵묵히 다정하게 서있는 나무, 떠가는 구름, 파랗게 빛나는 호수를 그렸다.
"내가 화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현상세계에 푹 빠져서 완전히
나자신을 잊는 것은 귀중한 체험이다"
20세기 초 독일 표현주의가 독일 미술계를 풍미할 무렵
헤세는 시대 상황과 달리
동화나 유토피아적 꿈과 환상의 세계를 추구하고 있었다
헤세는 그림을 통해
현실을 극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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