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은총

봄의 첫 장 / 권여원

헤븐드림 2017. 4. 5. 05:57








봄의 첫 장 / 권여원


매화나무 아래 서면

허공에 불이 켜진다

겨우내 하늘을 마시며 자란 꽃잎들
가볍고 여린 실핏줄로 터지고 있다

살점을 떼어내듯 

분홍빛 지문들이 떨어지는
언덕 위의 붉은 잔

나무는 피를 흘려도 아프다 
소리치지 않는다 

산자의 어깨에 내리는 저 핏방울
창공에 붉은 물결 넘치는 동안 
바람은 꽃망울을 넘어가기 위해 가벼워진다

차디찬 땅끝,
언약을 바라본 이들에게 온기가 돈다 
꽃잎의 살점은 
우리의 허물을 갚아주신 
은총의 무게

내 몸 어딘가 당신을 향한 

연분홍 촉수가 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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