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책읽기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집 '목신의 오후'를 읽고 *리라*

헤븐드림 2010. 1. 14. 05:34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집 '목신의 오후'을 읽고          *리라*

 

우리 나라의 시와 달라 다분히 서술적이고 회화적이며 상징적인 면이 있어

시가 표현하는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소재 또한 환상적이고 추상적이라

더구나 시의 흐름을 타고 읽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말라르메의 시는 아름다움과 겹친 형이상학적인 면을 강조한데서 흥미를 자아낸다

목신의 오후에 수록된 시들을 읽으며  나는 그의 시에 흐르는 허무와 슬픔과 생의 아름다운 추구의 비상

그리고 다분히 격정적인 시어들의 출현이 과연 상징파 시인다운 시의 면모를

갖추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했다  시의 주제의 순수성이 두드러져 투명하고

정갈한 느낌이긴 하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충분히 복합적 의미를  표현한 뛰어난 상징파

시인의 작품들이라 생각한다

 

 

목신의 오후/스테판 말라르메

 
나는 이 요정들을 영원하게 하고 싶다 
그녀들의 연분홍색 살빛은 하도 깨끗하여 
무성한 잠에 졸고 있는 대기 속을 떠돈다.
내가 사랑했던 것은 꿈이었나?
옛 밤에 축적된 내 의혹은 많은 
작은 나뭇가지같이 끝나 버렸는데 
이들이 그대로 진정한 숲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오호라! 
나 혼자만이 장미꽃들에 대한 상상적 유린을 
승리로 돌리고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
그대가 쉬지 않고 이야기하는 여인들이란
그대의 상상적 감각이 원한 것의 형상이라면! 
목신이여, 그 환상은 가장 정숙한 여인의 푸르고
찬 눈에서 나오듯 울고 있는 샘물 소리에서도 나온다.
그러나 한숨에 사인 다른 여인에 대해선 반대로
그대 가슴털에 스치는 낮의 더운 미풍에서라고 할 것인가? 
아니다!  더위는 부동(不動)의 귄태로운 무력감으로
살아나려는 신선한 아침의 목을 죄고 
속삭이는 물이란 단지 화음(和音)으로 젖은 숲 위에 
내리는 내 피리 소리뿐이요, 다만 한 줄기 바람이란
소리를 메마른 빗속으로 흩뜨려 버리기도 전에
피리의 두 도관 밖으로 나오자마자 날라 버리는 숨결뿐
 
이 바람은 주름 하나 없이 평평한 지평선 상에
하늘로 되돌아가는 영감(靈感)의 눈에 보이는
평온하며 인공적인 숨결이다.
오, 태양빛과 겨루려는 내 헛된 욕망이 유린하는
섬광(閃光)의 꽃다발 아래 묵묵히 누운 
고요한 늪의 시칠리아 기슭이여, 이야기하라
나는 이 곳서 숙련으로 길들인 빈 갈대를 꺾고 있었다.
이 때 포도 덩굴을 샘들 위에 드리우고 있는
아득히 보이는 초목의 녹색 금빛 위에 
쉬고 있는 생물의 흰 모습이 잔물결친다.
 그리고 풀피리가 살아나는 느리 서곡(序曲)에 
이 백조의 무리, 아니! 요정들의 무리는 
혹은 달아나고 혹은 물 속으로 뛰어든다
만물은 무력하게 황갈색 시간 속에 타고
'라'의 화음을 찾는 주자(奏者)가 바라던 너무나 많은 혼사(婚事)가 
어떠한 계략으로 일제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는지 
그 때 나는 고대의 빛의 물결 아래 홀로 우뚝 서
나의 첫 정열에 눈 뜨리라 
백합이여! 순결함에 있어 나는 너희 모두들 중의 하나이다.
저들의 입술이 퍼뜨리는 이 달콤한 실없는 일
속삭여 사랑의 배신자를 안심시키는 이 입맞춤과는 달리
완전무결하게 순결한 내 가슴은
어느 고귀한 이(齒)가 물어 생긴 신비로운 상흔을 증언한다
그러나 좋다! 이러한 비적(秘蹟)은 그의 마음을 들어 줄 친구로 
창공 아래서 불 굵은 두 개의 갈대를 골랐다.
갈대는 뺨의 동요를 자신에게 돌려 
긴 독주(獨奏)로 주위의 아름다움과 
우리들의 소박한 노래를 거짓 혼동케 함으로써
주위의 아름다움을 즐겁게 해 주었다고 꿈꾼다. 
도주(逃走)의 악기여, 오 심술궂은 판 신(神)의 피리여
네가 나를 기다리는 호수에서 꽃피어나도록 하라 
나는 내 자랑스런 목소리로 여신들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말하리라
그리고 우상 숭배자들의 그림으로
저들의 암부(暗部)에서 또 다시 허리끈을 풀리라 
그리하여 내가 가장(假裝)으로 물리쳤던 미련을 떨쳐 버리기 위해 
포도알들의 광명을 빨았을 때 
웃으며 나는 그 빈 포도 송이를 여름 하늘에 쳐들고
빛나는 껍질 속에 내 숨결을 불어넣으면서 
도취를 갈망하여 저녁때까지 나는 그 속을 투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