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회개

참회록/윤동주

헤븐드림 2016. 8. 6. 23:40




희망의 문학





참회록(懺悔錄)/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滿)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희망의 문학











'이방인 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마음이 메마를 때면   (0) 2016.09.29
용서를 위한 기도 /정연복  (0) 2016.09.15
탕자의 노래 / 이어령  (0) 2016.08.02
아침 기도/김남조  (0) 2016.07.20
소나무 예배/황지우  (0) 2016.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