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은총

그 남자, 하산해도 되겠네 / 김 계반

헤븐드림 2013. 5. 3. 00:50

 

 

 

 

     
     
    그 남자, 하산해도 되겠네 / 김 계반


    적막을 좋아한 그 남자
    건강이 지푸라기 같았던 그 남자
    깊은 산 속 적막 옆집으로 이사를 갔다네
    맨날 맨날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소리만 받아 적는 적막 옆에서
    하품만 실실 해대던 그 남자
    적막을 흉내 내기 시작 했다네
    몸의 소리 받아 적기 시작 했다네
    오장육부의 쓴 소리 받아 적고
    뼈마디 근육의 잔소리 받아 적고
    그 중에서 무엇보다 열심히 받아 적은 것은
    숨소리였다네
    밥 먹을 때도 걸을 때도
    숨소리를 듣고 숨소리를 살피고
    밤낮이 바뀌고 봄가을이 바뀌고 자꾸자꾸 바뀌고
    그 남자
    기술 하나 트게 되었다네
    똥 잘 만드는 기술자 된 것이라네
    안색 밝고 무심으로 노니는 걸 보면
    참말로 몸도 마음도 제대로 통한 거 아닌게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