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회개

허공의 마디 /김 대 호

헤븐드림 2013. 5. 3. 00:24

 


 
 

 
허공의 마디 외 4편

김 대 호
  
 
어떤 식으로든 말하지 않으면 터져버릴 것 같은 말이 있었다
그때 말했어야 했다
그 순간이 지나가자
내 앞에 서 있던 말이 떠났고 이 일 저 일 시간을 궁리했다
 
나이들면 표정에 마디가 생기나 보다
나무의 옹이 같은 것이었는데, 단단한 그 안에는
뱉고 싶었던 말이 굳어 있을 것이다
할 말 못하고 있는 생각이 흐르다가 또 다른 마디가 되고
기억이 차곡차곡 쌓이던 분기점을 돌아
아침에 같은 약을 두 번 먹는 지점에 서 있고
 
어느 날, 마디에서 헛기침이 새나왔다
말하지 않으면 터져버릴 것 같던 말 말 말들
입만 벌리면 허공에라도 내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낯설어서,
아니, 민망해서 
입을 꽉 다문 채 얼굴만 붉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