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의 기도

듣게 하소서/이 해 인

헤븐드림 2010. 10. 22. 04:40

       

      듣게 하소서/이 해 인


      주여 나로 하여금

      이웃의 말과 행동을 잘 듣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내 하루의 작은 여정에서

      내가 만나는 이의 말과 행동을

      건성으로 들어 치우거나 귀찮아하는 표정과 몸짓으로

      가로막는 일이 없게 하소서


      이웃을 잘 듣는 것이 곧 사랑하는 길임을

      내가 성숙하는 길임을 알게 하소서

      이기심의 포로가 되어

      내가 듣고 싶은 말만 적당히 듣고

      돌아서면 이내 잊어버리는 무심함에서

      나를 구해 주소서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

      못 들은 척 귀막아 버리고 그러면서도

      "시간이 없으니까" "잘 몰랐으니까" 하며

      핑계를 둘러 대는

      적당한 편리주의, 얄미운 합리주의를

      견책하여 주소서


      주여 나로 하여금

      주어진 상황과 사건을 잘 듣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앉아야 할 자리에 앉고 서야 할 자리에 서고

      울어야 할 때에 울고 웃어야 할 때에 웃을 수 있는

      민감하게 듣고 순응하는 삶의 지혜를 깨치게 하소서


      주여 나로 하여금

      자신을 잘 듣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나를 잘 듣는 사람만이 남을 잘 들을 수 있음을

      당신을 잘 들을 수 있음을 거듭 깨치게 하소서

      선한 것을 지향하는 마음의 소리를 잘 듣기 위해

      침묵과 고독 속에

      자신을 조용히 숨길 줄도 알게 하소서


      나는 두 귀를 가졌지만

      형편없는 귀머거리임을 몰랐습니다

      사물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말만 많이 했음을 용서하소서

      들으려는 노력도 아니하면서

      당신과 이웃과 세상에 대해

      멋대로 의심하고 불평했음을 지금은 뉘우칩니다


      매일매일의 내 작은 여정에서 내 생애의 큰 여정에서

      잘 듣고 잘 말하는 이가 되도록

      밝고 큰 귀와 입을 갖고 싶습니다

      말소리만 커지는

      현대의 소음과 언어의 공해 속에서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겸손히 듣고 또 듣는 들어서

      지혜를 깨치는 삶의 구도자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