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의 기도

꿈속의 생시 / 윤의섭

헤븐드림 2010. 10. 16. 04:56

 

  
 
 
꿈속의 생시 / 윤의섭


내가 이 해안에 있는 건
파도에 잠을 깬 수 억 모래알 중 
어느 한 알갱이가 나를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갑자기 나타난 듯 발자국은 보이지 않고
점점 선명해지는 수평선의 아련한 일몰
언젠가 여기 와봤던가 
그 후로도 내게 생이 있었던가

내가 이 산길을 더듬어 오르는 건
흐드러진 저 유채꽃 어느 수줍은 처녀 같은 꽃술이 
내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처녀지를 밟는다
꿈에서 추방된 자들의 행렬이 
산 아래로 보이기 시작한다 문득
한적한 벤치에 앉아 졸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바다는 계속해서 태양을 삼킨다
하루에도 밤은 두 번 올 수 있다
그리하여 몇 번이고 나는 
생의 지층에 켜켜이 묻혔다 불려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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