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회개

저녁 / 정일근

헤븐드림 2010. 9. 28. 07:39





 

저녁 / 정일근

 

아침에  반가사유하던 저 목련, 저녁에 꽃문을 연다 
봄날 햇살은 고양이 목덜미 털처럼 따뜻했고
바람은 고양이 목을 쓰다듬는 착한 손길처럼 부드러웠다 
 

나는 한낮에 나무 그늘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가는
저녁에는 꽃 그늘에서 빛나는 시집을 읽는다
스스로 꽃문을 열어 빛나는 나무의 연꽃들
그 빛에 젖어 함께 부활하는 행간의 아름다운 침묵을
무당벌레 한 마리가 제 꽃등에 지고 돌아온다 
 

세상의 어느 손과 어떤 주술이 꽃문을 열 수 있으랴
꽃의 닫힌 문을 연 봄날 하루는 위대하였으니
하루가 경건한 느낌표로 남아 묵상하는 이 저녁
땅에는 목련꽃이 하늘에는 별이 불을 밝힐 것이다
머지않아 밤 휘파람새가 우듬지로 날아와 노래할 것이다











                                                 romance 첼로연주 달콤한 인생 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