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가에 앉아 백석의 시집을 펴 쓸쓸한 그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세월은 휭하니 가서 이제 백석 시인이 이 세상에 없지만
천재적 기발한 시심으로 나에게 다가드는 책장을 넘기며
나는 반세기 전에 태어났으면 더 좋으련만 하는 생각이다.
냇물 소리가 마음에 흐른다.
커피향 담긴 나즉한 노래를 듣자니 문득 슬퍼진다.
왜 나는 이리도 혼자인걸까?
그저 지인들 만나 웃고 떠들면 될 것을 왜 철저히 고립되어 살아가고 있을까?
사람들은 그런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데 그 삶의 주제란 것이
오히려 나를 외롭게 하고 있는 가 보다.
내가 즐겨 읽는 시인들의 시를 읽으며
내 안의 무언가가 환호하는 소리를 듣는다.
정말 참 좋다! 아름답고 깨끗해서
그래, 너무 가깝게 느껴져! 뜨겁고 열열한 것들
가끔은 그 시인들을 흉내내서 시를 써보기도 하는 까닭이다.
사연없는 시가 없는 것처럼
고독도 사연이 있어서다.
아마도 나는 시집을 읽으며 현실의 허무함을 달래나보다.
맑은 물소리, 흐르는 물결에 반짝거리며 부숴지는 눈웃음,
3월이다.
나무들은 하품을 켜고
가지마다 배시시 새싹들이 인사를 한다.
곧 연두빛 잔치가 열리겠고 하얀 벗꽃이 흐드러지게 피리라.
아직은 쌀쌀한 바람결에 내 마음이 춥다.
개울가 여울목에 던지는 조약돌같은 바램이라면
이 봄은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하게 다가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