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인생은 한 편의 시 / 임어당

헤븐드림 2024. 7. 30. 03:02

작가 린위탕/임어당

국의 세계적 작가ㆍ번역가ㆍ교육자ㆍ풍자가. 중국 복건성(福建省) 용계현(龍溪縣) 아모이 근교에서 장로교 목사의 아들로 출생. 본명 林玉堂. 미국에 오랫동안 거주하다가 1966년 대만의 대북시 교외에 거주하였다. 중화민국 작가회 회장(70) 역임. 생전에 약 40권의 영어 저서를 집필하여 17개 국어로 번역, 출판되었다. 홍콩의 ‘퀸 메어리 병원’에서 폐렴으로 사망

 

 

 

인생은 한 편의 시 / 임어당

 

생물학적인 입장에서 보면 인생은 한 편의 시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된다. 인생에는 독특한 리듬도 있고 맥박도 있고 성장과 노쇠의 내부적 주기도 있다. 그것은 천진난만한 유년 시대로부터 시작하여 성년자가 사회에 적응해 가려고 조바심하는 서툰 청춘기가 그에 이어진다.

그 뒤 거기에는 청춘의 번뇌와 어리석음이 있다. 이상과 야심이 있다. 얼마 뒤에 격렬하게 활동하는 성년기에 이르러 경험을 이용하여 사회와 인간성을 더욱 깊이 배운다.

이 중년기에 들면 얼마간 긴장이 풀려 과일이 무르익고 술이 익듯이 성격도 성숙해진다. 그리고 이제까지보다 좀 더 배짱이 커지고 좀 더 냉소를 이해하게 되고 동시에 점점 따뜻함을 가지고 인생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다가 인생의 황혼기에 들게 되면 내분비선의 분비는 활발성을 잃는다. 만일 이 황혼기에 우리가 진정한 노년 철학을 가지고 그것에 따라 생활하는 방식을 정해 나아간다면 그것은 평화, 안심, 한적, 만족의 시대가 된다. 마지막에는 생명은 소멸하여 영원한 잠속으로 들어가 다시는 깨어나지 않는다.

우리들은 이 리듬의 아름다움을 깨달아야만 한다. 대교향악을 들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 주악상, 그 난파조, 그 마지막 대협화음을 맛보아야만 한다. 이러한 인생의 주기 운동은 평범한 인생에서는 모두 같은 것이지만, 음악은 각 개인에 의하여 작곡되어 가야만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불협화음이 점점 더 심해져서 나중에는 멜로디의 주조를 압도하거나 없애버리거나 하는 수가 있다.

또 어떤 때에는 불협화음이 너무 강하게 되어 더 이상 음악을 계속할 수 없게 되어 자살을 하거나 강에 뛰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신중한 자기 교양이 결여 되어 있기 때문에 본디의 주악상이 무참히 흐려져서 생긴 결과인 것이다. 그렇지만 않다면 정상적인 인생은 엄숙한 행진이나 행렬처럼 순순히 마지막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단음이나 조단음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수가 가끔 있다. 이러한 때에는 템포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그 음악은 귀에 거슬린다. 밤낮으로 유유히 흘러 영원히 바다로 들어가는 갠지스 강의 장중하고도 웅대한 리듬과 템포야말로 우리가 동경하는 바다.

유년 시대, 성년 시대, 노년 시대가 스스로 갖추어지는 이 자연스런 인생이 배치가 아름답지 않다고 그 누가 단언할 수 있겠는가?

하루에 아침이 있고 낮이 있고 일몰이 있으며, 1년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좋은 것이다.

인생에는 선도 없고 악도 없다. 계절에 따르면 무슨 일이고 다 선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생물학적인 인생관에 의하여 인생의 4계절에 순응하여 살아 나가려고만 한다면 자부심이 강한 바보거나 터무니없는 이상주의자가 아닌 한, 인생은 한 편의 시()로서 살아나갈 수 있는 것임은 부정할 수가 없다.

셰익스피어는 인생의 7단계에 관한 문장에서 이 생각을 좀 더 뚜렷하게 나타낸 바 있었다.

많은 중국인 문인들도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그다지 종교적인 점이 없었고 또 그다지 종교에 관심을 갖지도 않았다. 이것은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나는 이것이야말로 셰익스피어의 위대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셰익스피어는 인생을 넓게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가 그린 희곡 가운데의 모든 인간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그는 지상 만물의 섭리에 대해 아는 체하는 주제 넘는 일은 별로 하지 않았다.

셰익스피어는 대자연 그 자체와 같은 것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세상의 문인이나 사상가에게 바칠 수 있는 최대의 찬사이다. 그는 그저 살았고 인생을 보았고 그리고 죽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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