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자신의 위치나 가치관에 의해 여러 가지 형태로 드러납니다. 특히 개인적이고 내세적인 구원에 국한된 ‘믿음’은 우리를 옹졸하게 만듭니다. ‘나’를 위한 복음은 ‘너’를 돌아보지 않게 합니다. 그런 복음은 자신의 유익과 만족만을 위한 한낱 도구일 뿐입니다.
만물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며, 우리 가운데 함께 하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향한 풍성한 지식은 우리의 눈과 가슴을 열어줍니다. 여전히 부족하고 약하지만 ‘너’를 향해 손을 펴게 만듭니다. ‘너’의 아픔에 귀 기울여주며, ‘너’의 고통에 뛰어들기도 합니다.
20세기 위대한 신학자 중 한 명인 토마스 F. 토렌스(Thomas Forsyth Torrance)는 그리스도의 사역을 과학적 방법으로 분석합니다. 이론적인 그의 방법론은 신기하게도 신비의 영역을 합리적으로 설명합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계시와 화해를 향한 끝없는 사역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저자는 먼저 분석적 사고 전통에서 나타나는 이원론적 방법론을 문제 삼습니다. 이러한 이원론적 전제는 예수 그리스도를 성육신하신 하나님의 아들로 선포하는 것에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존재와 행위를 나누는 인식론으로 인해 역사적 사실은 추상화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에 대해 과학적 검증을 하는 모습’을 그려달라고 했더니, 마이크로소프트 Bing AI인 Copilot가 제작한 그림. ⓒCopilot현대 과학은 사물의 내적 관계를 중심으로 통합적 방식을 발전시켰습니다. 이제 존재와 관계는 개별적으로 분리되지 않고 상호 관계 하에 이해됩니다. 이러한 방법론을 통해 보다 더 깊은 신학적 탐구가 가능해졌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통전적 지식에 더 다가갈 수 있게 됐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을 적절하게 계시하셔야 했습니다. 그분은 자신을 알리시기 위한 열망으로 온 인류 가운데 한 민족을 택하셨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신적 계시가 인간에게 적절하게 전달되고 수용될 수 있는 방법임과 동시에, 인간은 자신들의 언어로 하나님의 계시에 응답하는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자기 계시 도구인 이스라엘은 하나님과의 지속적인 관계 가운데 끊임없이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자는 이를 하나님의 거룩함과 자비와 진리가 인간과 상충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계시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사고와 이해에 반하였고,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나님 말씀(the Word of God)은 이미 예비됨과 동시에 이러한 강렬한 필요에 의해 이 땅에 내려오셨습니다. 하나님 말씀인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계시와 인간의 이해는 비로소 완전하게 일치될 수 있었습니다. 이제 하나님 말씀과 인간의 완전한 응답이 중재자 예수를 통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오병이어 사건에 대한 과학적 증명 시도 그림을 부탁했더니, 마이크로소프트 Bing AI인 Copilot가 제작한 그림. ⓒCopilot그리스도는 하나님을 완전하게 계시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는 예수 안에서 인간에게 친밀하게 다가오셨고 자신에게로 이끄셨습니다. 하나님과 본질적으로 갈등하며 고통당할 수밖에 없는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친밀한 화해로 초대됩니다. 진정한 연합과 친교를 누리게 됩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계시와 화해는 이렇듯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중재됩니다. 예수는 성육신하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하나님의 존재와 동일하신 분입니다. 그러한 이해가 있어야 지상에서의 사역이 참된 사역이 됩니다. 예수님 말씀은 전능하신 하나님의 말씀이며, 그분께서 선포하신 죄의 용서는 참된 용서가 되는 것입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바른 이해는 속죄 사역을 통해 보다 분명해집니다. 저자는 속죄의 삼위일체적 근거를 제시하며 삼위일체 하나님을 설명합니다. 죄인인 우리는 그리스도의 보혈을 통해 성령 안에서 성부에게 나아갑니다. 우리는 값없이 주신 속죄와 화해의 근거 위에 믿음의 응답으로 하나님께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중재를 삼위일체적 관점에서 풀어낸 이 책을 통해 교회는 보다 더 깊고 넓은 신학적 자원을 가지고 삼위일체 하나님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하여 삼위일체 하나님의 연합 가운데로 초대된 우리는 ‘나’만이 아닌 ‘너’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곧 ‘우리’를 통해 세상과 화해하고자 하는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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