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영혼

아직과 이미 사이/박노해

헤븐드림 2024. 2. 16. 10:54

 

 

 

아직과 이미 사이/박노해


‘아직’에 절망할 때

‘이미’를 보아

문제 속에 들어 있는 답안처럼

겨울 속에 들어찬 햇봄처럼

현실 속에 이미 와 있는 미래를

아직 오지 않은 좋은 세상에 절망할 때

우리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삶들을 보아

아직 피지 않은 꽃을 보기 위해선

먼저 허리 굽혀 흙과 뿌리를 보살피듯

우리 곁의 이미를 품고 길러야 해

저 아득하고 머언 아직과 이미 사이를

하루하루 성실하게 몸으로 생활로

내가 먼저 좋은 세상을 살아내는

정말 닮고 싶은 좋은 사람

푸른 희망의 사람이어야 해

 

대한민국 시인, 노동운동가, 사진작가. 1984년 27살에 쓴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은 금서였음에도 100만 부가 발간되었으며 이때부터 '얼굴 없는 시인'으로 불렸다. 1991년 사형을 구형받고 환히 웃던 모습은 강렬한 기억으로 새겨졌다. #[2] 무기수로 감옥 독방에 갇혀서도 독서와 집필을 이어갔다. 7년 6개월 만에 석방된 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복권되었으나 국가보상금을 거부했다. 그후 20여년간 국경 너머 가난과 분쟁의 땅에서 평화활동을 펼치며 현장의 진실을 기록해왔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이후 12년 만인 2022년 5월 신작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가 출간됐다.
2024년 처음으로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담은 자전수필 『눈물꽃 소년』이 출간됐다.

 

1957년, 전라남도 함평군에서 태어나 보성군 벌교읍 농가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독립 운동과 진보 운동에 참여했으며, 판소리 가수였던 아버지와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어머니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16세에 서울특별시로 올라가 낮에는 일을 하고 선린상고에서 야간 수업을 들었다. 건설, 섬유, 화학, 금속, 물류 분야에서 일하면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노동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1980년대는 노동시 창작도 가장 활발했다. 박노해와 백무산의 시가 이 시대를 대표한다.# 박노해는 졸업 후 여러 업종에서 노동자로 일하면서 한편으로 시도 쓰기 시작했는데 1983년, <시와 경제>지에 '시다의 꿈'이라는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하게 된다. 이듬해인 1984년에 시집 <노동의 새벽>을 내서 한국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노동자가 노동자의 입장에서 쓴 시집으로서는 거의 최초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한국 시문단이나 지식인 사회에 엄청난 충격파를 미쳤다. 당연히 당시 5공 군사독재 정권은 이 책을 금지도서로 지정해서 탄압했지만, 이 시집은 널리 읽혔고 약 100만 부가 팔려나갔다. 이때부터 박노해는 '박해받는 노동자(勞)의 해방(解)'이란 문구에서 앞글자를 따서 필명을 지었고, "얼굴 없는 시인"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박노해는 '얼굴 없는 시인'으로 시를 발표하고 운동하는 7년여 동안 수배생활을 했다. 그동안 그의 신원을 알아내려는 많은 이들이 있었고 언론에 추측 기사까지 날 정도였다

 

이후로 박노해는 시인이자 노동자라는 이름에 투쟁가를 더하게 되는데 1985년 김문수, 심상정과 함께 공개적인 노동자 정치조직 '서울노동운동연합'(약칭 서노련)[4]을 창립하여 중앙위원으로 활동했고 서노련이 정권의 탄압으로 와해되자 백태웅 前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함께 1989년 비공개 지하조직인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약칭 사노맹)을 결성하였다. <노동의 새벽> 출간 이후 무려 7년여의 수배 생활 끝에 1991년 안기부에 체포됐다. 24일간의 고문 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사형이 구형되고 무기징역으로 선고되었다. 박노해는 법정 최후진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사형장에서 사라지더라도 더 많은 박노해가 나타나 노동자 민중이 주인이 되는 사회를 건설해주길 바란다."전문
 
1991년 사형을 구형받고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특별 사면으로 7년 6개월 만에 출소했다. 이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복권되었으나 국가보상금을 거부했다. 옥중 에세이 <사람만이 희망이다>부터 출소 이후 박노해가 보인 행보는 학생운동, 노동운동, 시민사회운동 전반에 엄청난 논란을 불러왔다. 일부에선 변절이라고 공격하고, 또 일부에선 진화이자 성장이라고 옹호하였다. 그는 <노동의 새벽> 출간 때부터 지금까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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