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회개

버릇된 가난/이향아

헤븐드림 2023. 4. 22. 03:37

 

 

버릇된 가난/이향아

 

나도 모르게 버릇이 되었나 보다
요즘은 남의 외투를 걸친 듯 더러 서툰 일이 생기고
뒤꿈치가 벗겨질 듯 미끄러운 신발
거리는 타관처럼 낯선 얼굴로 넘친다
언제 이렇게 되었는가


마음 편하기로는 가난만한 것이 없는데
거기 질이 나서 모자람 없이 살았거늘
이제 새삼 무얼 바꾸랴


아무리 일러줘도 부자들은 모르는
아랫목 이불 깔린 구들장 같은
발뻗고 기대기 은근하고 수더분한
그러다가 금세 눈앞이 젖어드는
그보다 좋은 세상 어디 있으랴만
나도 모르게 가난을 벗으려고 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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