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의 기도와 신앙시

견고한 고독 /김현승

헤븐드림 2010. 8. 13. 03:36



    견고한 고독
    /김현승


    껍질을 더 벗길 수도 없이

    단단하게 마른
    흰 얼굴

    그늘에 빚지지 않고
    어느 햇볕에도 기대지 않는
    단 하나의 손발


    모든 신들의 거대한 정의 앞엔

    이 가느다란 창끝으로 거슬리고
    생각하는 사람들 굶주려 돌아오면
    이 마른 떡을 하룻밤
    네 살과 같이 떼어주며

    결정된 빛의 눈물
    그 이슬과 사랑에도 녹슬지 않는
    견고한 칼날 발 딛지 않는 
    피와 살


    뜨거운 햇빛 오랜 시간의 회유에도

    더 휘지 않는
    마를 대로 마른 목관악기의 가을
    그 높은 언덕에 떨어지는
    굳은 열매

    씁쓸한 자양
    에 스며드는
    에 스며드는
    네 생명의 마지막 남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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