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영혼

야생 붓꽃/루이즈 글릭(2020년 노벨 문학상)

헤븐드림 2022. 4. 11. 18:06

 

 

야생 붓꽃/루이즈 글릭

 

 

내 고통의 끝에

문이 있었습니다.

내 말좀 들어보세요. 당신이 죽음이라 부르는 것을

나는 기억합니다.

머리 위의, 소리들, 흔들리는 소나무 가지들.

그리고 무(無). 허약한 햇빛이

마른 땅바닥에 명멸했습니다.

어두운 땅 속에 묻혀

의식을 가지고

살아남는다는 건 끔찍한 일입니다.

그때 그것이 끝났습니다. 당신이 두려워 하는 것,

영혼으로서

존재하고도 말할 수

없다는 것이, 갑자기 끝을 맺고, 굳은 땅이

조금 구부러졌습니다. 그리고 새로 여겨지는 것이

낮은 관목숲으로 쏜살같이 날아갔습니다.

저 세상으로부터의 전언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여

당신에게 다시 한 번 말해드리죠. 무엇이든

망각에서 되돌아온 것은 목소리를

되찾는다는 것을,

내 생명의 가운데에서 부터

푸른 바닷물에 군청색 그림자를 드리우는

거대한 샘물이 솟아난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