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길/김귀녀
황사가 담벽을 돌아가는
작은 어촌 앞마당
대나무에 꽂힌 채
깃발로 변한 오징어
골고다 십자가
주님의 아픔을 닮았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보고 읽고 들어도
욕심의 저울 위에 올리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부족한 믿음
넓은 길 걸어가는
죄인임을 고백하며
욕심에 젖은 입술 깨물어 본다
부족함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늘 쫓기는 듯한 마음
사람 낚는 어부가 되라던
그분을 떠올리며
어촌 앞마당 대나무에 꽂힌 오징어처럼
십자가의 길 침묵으로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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