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회개

십자가의 길/김귀녀

헤븐드림 2022. 4. 9. 01:31

 

 

 

십자가의 길/김귀녀

 



황사가 담벽을 돌아가는
작은 어촌 앞마당


대나무에 꽂힌 채
깃발로 변한 오징어


골고다 십자가
주님의 아픔을 닮았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보고 읽고 들어도


욕심의 저울 위에 올리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부족한 믿음


넓은 길 걸어가는
죄인임을 고백하며
욕심에 젖은 입술 깨물어 본다


부족함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늘 쫓기는 듯한 마음


사람 낚는 어부가 되라던
그분을 떠올리며


어촌 앞마당 대나무에 꽂힌 오징어처럼
십자가의 길 침묵으로 걷고 싶다

'이방인 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젊은 시인의 초상/류시화  (0) 2022.05.31
투명한 속/이하석  (0) 2022.04.15
그 분이 홀로서 가듯/구상  (0) 2022.04.05
부활절에/김현승  (0) 2022.03.31
음악/샤를 보들레르  (0) 2022.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