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 포토갤러리>플루토(kjcb1234)님
부표 / 권여원
수면에 떠있는 내 싱싱함은 당신이 들어 올린 쉼표, 떠미는 것은 수평선이 아닌 시간의 기울기였어 물안개를 몰고 다니는 당신의 흐름 속에 빠져들었지 열길 물속, 뿌리는 없지만 심증은 늘 출렁거렸어
파도를 끌어와 어둠을 깔고 누우면 내 깃발은 둘레 밖을 넘볼 수 없었지 텅 빈 가슴으로 떠오르지만 가벼운 게 흠이야 붉은 입술을 삼키는 파도에게서 바람을 벗기는 소리가 나, 아직까지 목선 밑이 말라본 적 없지만 나 언제쯤 온 몸을 당신에게 담글 수 있을까
꼭짓점을 향해 넘나드는 비릿한 스침, 그날의 살 냄새로 부풀어진 허파는 아직도 혼자 흐르고 있어
물살의 등에 기대어 저녁을 견디다 보면 달 한 점도 밤하늘의 계절이 될까 별들이 달의 부표를 향해 밀려오고 있어
이 바다엔 비슷한 부표들이 너무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