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1975년/최하림
잇몸이 없는 시린 이빨로
앙상한 가지를 벌리고 서 있는
가로수 밑둥을 물어뜯어도
가로수들은 아파하지도 않고
우리들의 분도 풀어지지 않네
이 발길 그리고 저 돌멩이 돌멩잇길
서남해의 대숲마을이나 마늘냄새
매캐한 중강진의 살얼음 속에서도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여윈 손목을 끌어 잡을 줄 모르네
그러나 사람들은 서로 다르나
알아들을 수 있는 사투리로 말하고
끌어잡지 못하나 그 손으로 일하면서
고난의 시대를 함께 사네
아아 비바람에 씻긴 바윗돌 같은 얼굴
모진 불행을 다 삼키고도 표정없는 얼굴
그러한 얼굴로 서 있는 시대여
네 완강한 몸뚱이를 잇몸이 없는 시린 이빨로
물어뜯고 뜯어도 시대는 아파하지도 않고
우리들의 분도 풀어지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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