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회개

우리 나라 1975년/최하림

헤븐드림 2022. 1. 7. 07:59

 

 

 

우리 나라1975년/최하림

 

 

잇몸이 없는 시린 이빨로

앙상한 가지를 벌리고 서 있는

가로수 밑둥을 물어뜯어도

가로수들은 아파하지도 않고

우리들의 분도 풀어지지 않네

 

이 발길 그리고 저 돌멩이 돌멩잇길

서남해의 대숲마을이나 마늘냄새

매캐한 중강진의 살얼음 속에서도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여윈 손목을 끌어 잡을 줄 모르네

 

그러나 사람들은 서로 다르나

알아들을 수 있는 사투리로 말하고

끌어잡지 못하나 그 손으로 일하면서

고난의 시대를 함께 사네

 

아아 비바람에 씻긴 바윗돌 같은 얼굴

모진 불행을 다 삼키고도 표정없는 얼굴

그러한 얼굴로 서 있는 시대여

네 완강한 몸뚱이를 잇몸이 없는 시린 이빨로

물어뜯고 뜯어도 시대는 아파하지도 않고

우리들의 분도 풀어지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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