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속된 기도/황인숙
거리마다 교회당이 있다.
하늘에는 달이 떠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내가 가본 교회당들의 거리들.
거리들의 교회당들.
그 안에는 촛불들이 너울거렸다.
기도하는 눈꺼풀처럼.
달싹이는 입술처럼.
누군가 불 붙여놓은 촛불 앞에서
재빨리 기도한 적이 있다.
그 기도는 지극히 속된 것이었다.
근사한 시를 쓰게 해달라는 것.
약간의 돈이 생기게 해달라는 것.
또, 나를, 용서해달라는 것.
교회당 안은 조심스럽고 과묵한
그리고 눈 어둡고 귀 어두운 노인처럼
귀기울였다.
내가 가본 온 거리의 온 교회당들.
내 가슴속 거리의 창고에, 울릴까말까 망설이는,
울릴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종들을 쟁여놓은 그 교회당들.
나는 기도했었다.
무구한 빗소리를 품고 있는 회색 구름 아래서
알록 양산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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