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열차 그리고 고독/김안젤라
하얀 눈이 겨울바람에 제 멋대로 춤추며 흩날린다.
휘날리는 눈을 매섭게 몰아쳐가는 겨울바람은 무척이나 서슬이 퍼렇다.
서글픈 영혼의 가슴을 여지없이 풀어헤쳐 놓고
그나마 남아 있는 따뜻한 온기를 남김없이 빼앗아간다.
추워서 소름치는 겨울역 열차는 묵묵히 설 자리에 서서
혼란에 갇힌 가련한 영혼들을 무심하듯 기다려준다.
겨울열차는 헛헛한 영혼들을 태우고 윙윙 바퀴소리 내며
다른 이름이 달린 새로운 세상을 향해 힘차게 달려간다.
바람을 타며 흩날리는 하얀 눈은 씩씩대며 달리는
겨울열차의 코 잔등에 세차게 부딪치다가
아프기라도 하듯 갑자기 광활한 하늘을 날아 오르더니
맥없는 춤을 추며 흐트러져 왔다 또 흐트러져 간다.
뜻도 없이 장렬하게 부서지는 하얀 눈을
애처롭지만 그러나 무심한 눈길로 바라보는
고독한 영혼들은 까닭도 모를 속절없는 눈물에
어느 사이 두 눈이 흠뻑 젖고 마음도 흠뻑 젖는다.
외로운 영혼들을 무더기로 싣고
어딘가의 세상을 향해 달리는 적막한 겨울열차 안에는
기쁨에 찬 크리스마스 캐롤 송이
열차 안 스피커를 타고 흥겹게 울려 퍼진다.
그러나 어딘가를 향해 떠나는 고독한 영혼들에게는
흥겨운 크리스마스 캐롤 송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오늘 이 밤이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이었던가…?
회상하는 외로운 영혼들은 문득 심장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낀다
무심한 겨울열차는 자기 만의 새로운 세상을 찾아
변함없는 소리를 지르며 절도 있게 잘도 달려나간다.
아프게 부딪쳐 오는 새 하얀 눈들의
소심하고도 거침없는 키스 세례를 무한정 받으며
무정한 심장으로 하얀 눈들을 하염없이 뒤로 제키며
광활하게 터져 있는 세상을 향해 힘차게 달려간다.
암울한 영혼들이 담고 있는 제각기 다른 울림의 소리가
열차 안에 몸 담고 있는 고독한 영혼들의 귓가를 아프게 때린다.
여전히 세차게 채찍질하며 질주하는 겨울열차는
영혼들의 가슴 속 안타까운 사연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목적지를 잃어버린 가엾은 영혼들을 한 묶음으로 싸잡아
신나는 괴성을 지르며 새로운 세상 밖으로 자꾸만 몰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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