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소나기/리라
목마르게 사는 사람들에게
하늘이 쏟아붓는 물세례
쏴아 쏴아 시원하다
높이 솟은 소나무 위로 검은 구름떼
천둥을 몰고와 가슴을 때린다
번개치는 하늘
잘 살아가고 있냐고
경고의 불빛 쏘아댄다
황량한 인생의 대지를
적시며 내리는 저 폭우여
층층이 쌓인 분노와 절망의 벽들을 부수어라
모든 불균형의 욕망들을 씻어 내려라
이렇게 세찬 비 내리는 날엔
이렇게 천둥번개 치는 날엔
가끔은 소리치는 것들에게
마음의 귀를 열고
비라도 쏟아지면
메마른 가슴을 내어주자
때로는 생명의 텔레파시에
영혼의 감각을 맛대어
번쩍거리며 솟아오르는
생의 환희를 누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