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산책

그대 生의 솔숲에서 / 김용택

헤븐드림 2018. 4. 26. 06:04




그대 生의 솔숲에서 / 김용택



나도 봄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에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 
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 

봄이 오는 이 솔숲에서 
무엇을 내 손에 쥐고 
무엇을 내 마음 가장자리에 잡아두리 

솔숲 끝으로 해맑은 햇살이 찾아오고 
박새들은 솔가지에서 솔가지로 
가벼이 내리네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 
거기 이는 바람이여 

찬 서리 내린 실가지 끝에서 
눈뜨리 
눈을 뜨리 

그대는 저 수많은 새 잎사귀들처럼 
푸르른 눈을 뜨리 








어느 봄날 & 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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