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회개

시베리안 아이리스/ 이창윤

헤븐드림 2017. 10. 11. 23:42




시베리안 아이리스/이창윤


젊었던 날, 흔들리던 시골버스 뒷자석이 아니라도 좋다. 

슬픔의 고개가 기울어져 올 때 어깨로 받아 그 무게를 느꼈을 때 비로소 쓰여지는 시가 있다. 

그걸 미리 알고 피어나는 꽃도 있다.

서러운 에너지가 농축되어 진한 보라색이 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으면 5월초 미시간 호숫가에 자리잡은 우리 집 뒷마당으로 와보라. 

굳이 우랄산맥 쪽으로 길을 내지 않더라도 어느 마을에서 왔는지 아는 사람은 안다.

 

기대어 오는 슬픔의 고개를 내 여윈 어깨가 기꺼이 받아준다는 생각이 허물어지기 쉬운 나를, 나의 시를, 여기까지 오게 하지 않았는가. 

삶이 두근거리는 한 순간을 만나는 일은 느닷없이 이 말에만 맡길 수 없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