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산책

2월/오세영

헤븐드림 2017. 2. 24. 06:28





Related image

+ 2월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오세영·시인)



'서정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른 봄의 서정/김소엽  (0) 2017.03.02
나무/정연복  (0) 2017.03.01
나무들 (J. 길머)  (0) 2017.02.17
우주의 진리 /김영천  (0) 2017.02.04
눈내리는 날/이해인  (0) 2017.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