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그렇게 살 수는 없을까?"(김소엽 시)..시낭송 : 이강철,최미숙,전명자 / 제8회 국민일보 신춘문예 신앙시 감사예배 및 시상식
가장 부드러운 물이 제 몸 부수어 바위를 뚫고 물길을 내듯이
당신의 사랑으로 단단한 고집과 편견을 깨뜨려 물처럼 그렇게 흐를 순 없을까
가슴 속에는 언제나 성령의 물 출렁이는 사랑의 통로 갈한 영혼을 촉촉이 젖게 하시고
상한 심령에 생수를 뿌리시어 시든 생기를 깨어나게 하는 생명의 수로가 될 순 없을까
물처럼 낮아져서 제 갈길 앞만 보고 달려가도 넓고 깊은 바다에 이르듯이
낮은 곳만 딛고 흘러가도 아버지 품에 이르게 하시고 참 평안을 누릴 순 없을까
물처럼 내 모양 주장하지 않아도 당신이 원하시는 모양대로 뜻하시는 그릇에 담기기를 소원하는 물처럼 그렇게 순종할 순 없을까
메마르고 황량한 곳은 촉촉이 적시어 주고 더럽고 추한 곳은 닿는 자리마다 씻어 정결케 하고
아프고 쓰라린 곳은 어루만지며 핥아주고 별이 내려와 노는 강가에서나
갈대밭 그 어느 늪 자리의 외로운 밤에는 돌돌돌 노래 가락으로 자장가 불러주는
그리운 모성의 물처럼 그렇게 다정히 살 순 없을까
머무르지 않고 사랑해 주는 냉철함과 장애물을 만나서도 절대로 다투지 않고
뒤돌아 나가는 슬기로움과 폭풍우를 만나서도 슬피 울며 퍼져 눕는 대신에 밑바닥까지 뒤집어엎어
내 안의 나도 모를 생의 찌꺼기까지 퍼 올려 인생을 정화시키는 놀라운 힘을 지닌 물처럼
그렇게 자기개혁을 할 순 없을까
물처럼 소리 없이 흐르면서도 나를 조금씩은 나누어 땅 속에도 스미게 하여
이름 모를 잡초도 자라게 하고 나를 조금씩은 증발케도 하여 아름다운 구름으로 떠돌다가
나의 소멸이 훗날, 단비로 내려지듯이 나의 삶의 여정이 작은 헌신의 자취되어
푸른 생명을 가꾸는 물처럼 그렇게 살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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