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의 풍문
은행나무 위에는 새가 앉아 울고 있다 세기에 세기 전부터 짝을 찾아왔다고 들었다 허공 속, 울음의 지층을 만드는 동안 나뭇잎은 숨 트기를 하였던 것인데 그때의 은행잎은 파랗다고 하였다 비가 멎은 다음, 무지개가 병풍처럼 둘러쳐 있는 것은 그들만의 비밀장소로 들어가는 門이었다는 풍문만 떠돌았다
그게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알 바 없었으나, 천 년, 꼬박 천년이 지나 새의 짝은 나타난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날이 오늘이었던 것인데 자정이 막 넘어서자 지금껏 콩깍지처럼 쌓인 지층은 바람의 신전에서 보내온 여신의 화살촉으로 금이 가면서 북극의 오로라도 그때 껍질을 깨고 나왔다는 것이다
눈부신 사랑의 만남인 것인데 아무도 그다음은 말하지 못하였다 바야흐로 천 년을 극복한 그들은 은행잎으로 가려 누구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 새가 짝과 만난 이후부터 은행잎은 노랗게 변했다는 것인데 풍문과 전설은 믿을 게 못 되었으나, 은행잎을 책갈피로 쓰는 것은 새가 아닌, 龍이 여의주를 만나 승천하다 남겨놓은 비늘이었다는 풍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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