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회개

여자의 시간을 그리다 2013년 <시안 > 신인상 당선작 / 강현숙

헤븐드림 2013. 4. 11. 22:52

 

 

여자의 시간을 그리다/강현숙

부엌으로 가는 여자의 얼굴이 보이질 않지 쌀을 씻어 안치는 

여자의 심장은 부엌 유리창에 달라붙어 펄떡거린다 

창밖으로 보이는 겨울 나뭇가지에 매달린 얼굴, 하늘로 덮여 

추억도 없이, 단발마의 비명도 없이 자연건조 중이다
미래를 건너온 여자는 사과껍질을 얇게 벗겨낸다 엷은 그림자 

드리운 그녀의 시간들을 사각거리며 먹는다 

벗겨진 껍질들은 이른 새벽 초승달로 걸리고 수만 킬로 떨어진 

그곳으로부터 시간의 비늘들이 차갑게 툭 떨어진다 
훤히 비치는 시간의 아침 위로 내리는 햇살들이여 살벌한 전쟁은 

일어나질 않고 유리가 쩍 갈라지는 순간도 없고 가끔 스르륵 떨어지는 

작은 그릇들,  살의는 금이 가고 유물로 남고 비명은 녹이 슬고 대나무 

숲 속으로 바람이 되어 불어가고 스스로가 

적군이 되기도 하는 마술 속이다 

 X-레이 선을 투과시킨 구멍 숭숭한 

뼈들 사이로 풍경을  잇다가 

지축을 울리며 걷는다 

당신은 무한히 늘려진 시간의 

원통 안과 밖으로 떠도는 구름 위를 

걸어간다  쇠라*의 점묘법으로 

그린 여자의 얼굴이 투명하다 

산산분해된 얼굴 사이로  분명하게 

되살아나오는 여자의 시간들, 

왜 투명한가를 묻기 위해 링 위로 오르는 여자,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가 시작된다 

햇살 위에 다시 햇살이 실리고 모자를 

쓰고 양산을 든 여자, 잔잔한 강물 수면 위를  반짝이며 내려가다 

되돌아오는 눈동자를 지닌 너


아츠시 토노-R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