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의 기도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헤븐드림 2010. 11. 4. 04:13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咸錫憲, 1901년 3월 13일 용천 ~ 1989년 2월 4일)은 대한민국의 독립운동가, 종교인, 언론인, 출판인이며 기독교운동가, 시민사회운동가였다. 광복 이후에는 비폭력 인권 운동을 전개한 민권운동가이자 언론인, 재야운동가, 문필가이다. 그의 종교는 개신교 종파인 퀘이커이다. 평안북도 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