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회개

어느날 나의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

헤븐드림 2010. 10. 15. 05:03

     

     

     
    어느날 나의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 / 유하 (낭송:김춘경)


    어느 날 내가 사는 사막으로
    그대가 오리라
    바람도 찾지 못하는 그곳으로
    안개비처럼 그대가 오리라
    어느 날 내가 사는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
    모래알들은 밀알로 변하리라
    그러면 그 밀알로, 나 그대를 위해 빵을 구우리
    그대 손길 닿는 곳엔
    등불처럼 꽃이 피어나고
    메마른 날개의 새는 선인장의 푸른 피를 몰고 와
    그대 앞에 달콤한 비그늘을 드리우리
    가난한 우리는 지평선과 하늘이 한몸인 땅에서
    다만 별빛에 배부르리

    어느 날 내가 사는 사막으로
    빗방울처럼 그대가 오리라
    그러면 전갈들은 꿀을 모으고
    낙타의 등은 풀잎 가득한 언덕이 되고
    햇빛 아래 모래알들은 빵으로 부풀고
    독수리의 부리는 썩은 고기 대신
    꽃가루를 탐하리
    가난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세상이란 오직 이것뿐
    어느 날 나의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
    지평선과 하늘이 입맞춤하는 곳에서
    나 그대를 맞으리라